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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자사주 매입’ 84%, 처분계획 없어…잠재적 폭탄 될라

등록 2020-05-11 18:20수정 2020-05-12 02:33

올해 166개 기업 공시 살펴보니
처분 계획 밝힌 기업 26개 그쳐

주주가치 제고 호재 작용하지만
시세차익 챙기기 활용 가능성
경영권 승계 위해 악용 우려도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올해 자사주를 직접 사겠다고 공시한 기업 가운데 84%는 구체적인 처분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한국거래소에 자사주 직접 취득을 결정한 166개 기업 공시를 살펴보니 구체적인 처분 계획을 밝힌 기업은 26개(15.6%)에 그쳤다. 주주 이익 환원을 위해 소각하겠다는 기업이 12개, 전환상환우선주를 상환하는 데 쓰겠다는 기업이 5개, 임직원에 성과보수로 지급하거나 우리사주 용도로 취득하겠다는 기업이 9개였다. 이들 기업은 주식 취득을 결정한 당일에 처분 날짜와 분량을 담은 계획서를 함께 공시했다.

반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 명목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뒤 사용 계획을 아직까지 밝히지 않았다. 효성, 에이치디씨(HDC),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그룹 지주사가 다수 포함됐다. 은행 등 투신사에 자사주 취득 신탁을 맡긴 기업을 포함하면 이런 사례는 더욱 많아질 수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현금을 들여 시중에 유통 중인 자사 주식을 사 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유통 주식의 총량이 줄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주당순이익(EPS)이 늘고, 자사주 매입을 결정할 만한 내부 정보가 있다고 여겨져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매수량이 많지 않아도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할 경우 잠재적 ‘폭탄’이 되기도 한다. 기업 경영진이 시세차익을 벌 목적으로 취득 6개월 뒤 시장에 내다 팔아 주가를 낮추기도 하고,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대주주가 우호 관계에 있는 제3자 회사나 인적분할한 자회사에 자사주를 넘길 위험도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케이씨씨(KCC)에 자사주 5.8%를 넘겼다. 지난해에는 씨제이그룹이 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과 아이티(IT)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씨제이 주식회사 자사주를 올리브영 아이티부문에 넘겨 이재현 회장의 자녀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에게 씨제이 주식회사 지분을 각각 1.1%와 2.8% 소유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 탓에 한때는 이익 소각 목적에 한해서만 자사주를 취득하도록 법으로 제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 자유 보장을 이유로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기업은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자사주를 자유롭게 취득, 처분할 수 있게 됐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상장 기업이 자본금 유치를 위해 주식을 발행했다가 일부를 거둬들였으면 이미 그 주식은 없어진 것이고 기업 이익은 주주에게 넘어간 것”이라며 “그런데도 한국은 자사주를 여전히 자산 취급해 주주 동의 없는 자사주 매각이나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은 ‘대차대조표법현대화법’에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미발행주식으로 취급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일본은 회사가 이미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처분할 경우 신주 발행과 같은 엄격한 모집 절차를 거치도록 ‘일본회사법’에 규정하고 있다.

올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하락해 자사주 매입 비용이 싸졌고, 지난 3월13일 금융위원회가 주가 하락 방지를 위해 자사주 매수주문 한도를 늘린 영향도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직접 취득 및 신탁 취득을 공시한 유가증권과 코스닥 기업은 이날 기준 532건으로 2019년 396건, 2018년 400건을 이미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근 자사주 매입 기업이 크게 는 만큼 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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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자기주식)
는 주식회사가 이미 발행한 자기회사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유하는 주식을 말한다. 유통 주식을 줄여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주당순이익(당기순이익/유통주식수)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회사 이익금과 맞바꿨으므로 사실상 주식을 사 들여 없앤 것과 다름없다는 ‘미발행주식설’과 여전히 자사주를 자산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자산설’이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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