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으로 국가채무비율 상승 불구
“한국 안정성 신흥국 66곳 중 3위”
적기 재정 투입 왜 중요한가?
재정투입 효과로 GDP 증가율이
국가채무 증가율보다 높아지면
채무비율 장기적으로 안정 가능
이자 부담 낮추는 초저금리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
10년 동안 4.95%→1.38%
차환방식 활용 이자 급감
“한국 안정성 신흥국 66곳 중 3위”
적기 재정 투입 왜 중요한가?
재정투입 효과로 GDP 증가율이
국가채무 증가율보다 높아지면
채무비율 장기적으로 안정 가능
이자 부담 낮추는 초저금리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
10년 동안 4.95%→1.38%
차환방식 활용 이자 급감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채발행 증가 등으로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0%대 중반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면서 재정건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환경에서는 충분한 규모의 재정을 적시에 투입해 경기침체로 유발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국가채무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유럽연합(EU)은 1990년대 경제통합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 상한선을 60%로 제시했다. 딱히 이론적 근거는 없고 당시 회원국들의 평균치에 맞췄다. 이 기준을 지키고 있는 나라는 현재 독일(59%)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재정여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일 발간호의 ‘신흥국 금융안정성 분석’ 기사에서 한국을 66개국 중 3위로 평가했다. 공공부채, 외채, 차입비용, 외환보유액 등 4가지 요소를 종합한 결과 “한국은 대만과 함께 신흥국 범주를 넘어서는 자격을 갖췄다”고 보도했다.
기획재정부 통계를 보면,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국가채무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정부 부채가 많아서가 아니라 민간의 달러 빚이 많아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쳐온 2007~2008년에도 우리나라 채무비율은 전년 대비 각각 0.6%포인트, 0.7%포인트 감소했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은 “경제위기 직전에는 대개 민간이 빚을 많이 내 거품이 끼고 정부 재정은 오히려 세수 증가로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정 균형은 경기 순환에 맞춰 장기적으로 실현하는 것이지, 해마다 균형을 딱딱 맞춰야 하는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는 국가채무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더라도 중장기에 걸쳐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재정투입 효과로 분모인 명목 국내총생산의 증가율(경제성장률)이 분자인 국가채무의 증가율(국채금리)보다 높아지면 채무비율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면 금리가 올라 민간의 투자가 위축된다는 ‘구축효과’도 2008년 이후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더이상 들어맞지 않게 됐다.
반면 경기 침체기에도 균형재정에 집착해 긴축을 하면 성장이 제약돼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어렵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강요한 긴축정책 때문에 10여년 동안 성장률이 제로에 머물러 있다. 로랑 코르도니에 릴 대학 교수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5월호 기고에서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세입과 세출의 균형에 의지한 재정정책을 고집하면 엄청난 마이너스 수요 충격이 몰아칠 것”이라고 했다.
국가채무와 실제 상환해야 할 금액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기가 돌아온 국채의 상당부분은 새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상환한다. 이러한 차환방식을 활용하면 원금이 아닌 이자만 부담하는 셈이다. 게다가 금리가 과거 발행시점보다 크게 낮아져 이자도 그만큼 줄어든다. 2010년 5월에 발행된 10년물 국고채의 당시 시장금리는 4.95%인 반면 14일 현재는 1.38%다. 1조원의 국채만 차환해도 만기까지 3570억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고채 발행 예정액 150조원 중 상환용은 60조원 가까이 된다.
주요국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위해 발행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채권 유통시장에서 사들인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무제한 국채매입 선언으로 정부의 대규모 지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국채매입을 늘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한은이 4월말 기준 보유한 국고채는 18조5천억원으로 전체 국고채 잔액(666조5천억원)의 2.8%에 불과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 연준과 일본중앙은행은 자국 국채의 21%, 4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비기축통화국인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30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한은이 올 들어 매입한 국고채는 3조원이다. 민간이 아닌 한은이 국채를 많이 사들일수록 이자 수익은 배당을 통해 정부에 더 많이 돌아간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