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임금직불제, 민간건설사에 막혀…체불임금 되레 늘었다

등록 2020-05-18 20:54수정 2020-05-19 02:34

건설현장 체불 임금 규모
지난해 3000억원 넘어서

임금직불제 ‘공공’만 의무화
70% 차지 민간공사는 ‘예외’

시행한 지 1년 다 돼가는데
민간 의무화 한발짝도 못나가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소형타워크레인이 차량과 사람이 오가는 길과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소형타워크레인이 차량과 사람이 오가는 길과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건설노동자 ㅂ씨는 지난 2018년 경기도 용인의 냉동창고 건설 현장에서 6월~10월까지 다섯 달 일했지만 원청업체 부도로 두 달치 임금을 체불 당했다. 40여명 정도 되는 노동자들로 팀을 꾸려 하청업체에 노무를 제공하던 ㅂ씨는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아 6000만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을 직접 지급했다. 지난해 12월 새로운 원청업체가 공사를 재개했지만, 체불 임금 지급은 감감무소식이다. ㅂ씨는 “발주처랑 부도난 원청업체랑 20억원을 놓고 소송 중인데, 그 안에 우리 체불 임금이 있으니 먼저 해결해 달라고 해도 서로 책임을 미룬다”며 답답해 했다.

건설노동자의 체불 임금 규모가 지난해 30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체불 근절을 위해 도입된 ‘임금직접지급제’가 현장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시행 1년이 지나도록 공사 현장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현장 적용은 업계 반대에 밀려 요원한 실정이다.

18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공공발주자 임금직접지급제’ 개선 방안을 논의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건설산업티에프(TF)의 지난 13일 회의에서 민간 현장 적용 의무화에 대한 요구가 나왔지만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육길수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체불은 소규모 민간 현장이 제일 많으니 민간에도 의무 적용을 하자고 요구했지만 이를 경영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연구위원은 “민간 의무화를 당장 못해도 매출 규모별로 언제까지 도입을 완료한다는 타임 테이블 정도는 나와야 앞으로 한국 건설 현장에 임금 체불은 없다는 확실한 사인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5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공공발주자 임금직접지급제’ 개선 방안은 민간 참여 유도와 관련해 인센티브 지급과 상습체불 건설사 명단 공개 등 기존에 있던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6월부터 공공 건설 현장에 의무화한 임금직접지급제(임금직불제)는 공사대금을 ‘전자결제시스템’을 통해 지급하는 제도로, 송금만 가능하고 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노무비를 전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난 15일 발표한 개선 방안은 ‘노무비 계정’을 별도로 신설해 발주자가 처음부터 노동자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획기적인 ‘임금 보호 방안’이지만 문제는 전체 공사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공사 현장은 예외라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공공 공사현장에 임금직불제가 의무화했지만 임금 체불 규모는 지난해 오히려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건설업의 임금 체불 규모는 지난해 3168억원으로 2018년 2926억원보다 242억원 더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에서는 임금직불제를 건설 산업에 대한 규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민간 확산 속도를 보고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쪽 관계자는 “민간에 강제할 수는 없다”며 “현장에서 일을 시킨 사람이 돈을 줘야 현장에서 노무 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