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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건강이 돈이다

등록 2020-05-21 08:59수정 2022-02-10 18:38

노후경제학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2019년 6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시니어 창업·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시니어 창업·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돈과 건강은 노후 대비에서 늘 1, 2위를 다툰다. 그런데 ‘건강이 곧 돈’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을 잘 지키기만 해도 ‘흑자 인생’을 살 수 있는 이치 말이다. 사실 나이 들어 돈 벌기는 쉽지 않다. 큰돈을 까먹지 않는 것이 버는 길이다.

자녀 결혼이나 사기 등이 아니고서 한꺼번에 많은 돈이 나가는 가장 흔한 이유가 질병이다. 큰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만 해도 몇십만원이 금방 사라진다. 치아 임플란트 비용으로 승용차 한 대 값을 날린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방에 사는 P부장 어머니의 생활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의료비다. 80대 후반 노모는 최근 임플란트가 속을 썩여 치료비 200만원을 썼다.

노부모가 중장년 자녀의 돌봄을 요구할 만큼 큰 병에 걸리거나 수술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돌봄에 본인 노후까지 ‘3중고’에 시달리면서 달마다 보낸 생활비의 상당 부분이 병원에서 허망하게 사라진 것은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은 물론 가족 가운데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타격은 정말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몇 달 계시다 세상을 떠난 P부장 동료는 간병비로만 월 300만원가량 나갔다. 노후 부부의 표준생활비(약 250만원)를 웃도는 돈이다. 보장성이 확대돼온 국민의료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줄어든 치료·돌봄 비용에 견줘 간병비 부담이 훨씬 크다.

통계를 보면, 한 사람이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 가운데 절반 정도가 마지막 1년 동안에 쓰인다. 그만큼 노후 건강은 돈과 직결돼 있다.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나이 든 사람의 건강은 사회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한국 국민의 의료비는 2018년 14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8%를 넘었다. 해마다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2018년은 전년 대비 9.4% 증가)다. 입원치료는 백내장·치매·폐렴, 통원치료는 고혈압·치주질환·급성기관지염 차례로 많았다.

두 토끼 잡기

P부장은 몸에 나쁜 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건강과 돈이라는 ‘두 토끼’를 잡고 있다. 노후의 ‘표준 생활양식’을 충실하게 지킨다. 건강에 관한 모든 권고에서 금연과 절주는 빠지지 않는다.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은 두 잔이 정량이다. 스스로 결심하거나 노력한 게 아니라 몸이 받지 않아 예전부터 거리를 뒀다. 그래서 지금까지 연말정산 때 의료비 소득공제를 받아본 적이 없다. 지출 의료비가 전체 급여의 3%를 넘어야 공제가 가능하다. 연봉이 5천만원이라면 150만원을 넘은 의료비가 공제 대상이다.

담배, 커피, 술을 멀리해 저절로 굳는 돈이 하루 1만원을 넘는다. 한 달이면 최소 30만원이다. 그가 넣고 있는 개인연금저축(월 20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금연과 절주가 주는 의료비 절감 효과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음주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3년 기준으로 추산한 비용이 음주 9조4천억원, 흡연 7조1천억원 수준이었다.

돈이 아니더라도 노후 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나이 들어 아프면 고통스럽고 더 서럽다. 하지만 실행은 인식에 한참 못 미친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게 대표적으로 건강관리다. 금연은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다. 1년 치 헬스이용권을 끊었다가 며칠도 못 가고 날리는 사람이 허다하다.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는 50대에 들어설 즈음이면 그나마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의 참뜻을 되새긴다.

중견기업 P부장은 비교적 일찍부터 건강관리에 관심을 쏟았다. 약골인 그는 20~30대를 골골거리며 보냈다. 체질이 약한 만큼 건강에 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 듦을 주요 관심사로 삼으면서 몸과 마음 건강이 최우선순위로 올라갔다. 그가 하루 1시간30분가량 꾸준히 운동하는 이유다.

요즘 인터넷에는 건강정보가 넘쳐난다. 엉터리 내용도 적지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궁금증 해소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자기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나이 들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플 때가 아니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나으면 다시 무관심해지기 때문이다. 얼굴이나 몸매에 들이는 일상적 노력과 대조적이다.

노후 건강의 기초

원리를 알지 못해도 수학 문제는 풀 수 있다. 하지만 원리를 알면 대처 능력과 문제해결력이 커진다. 몸의 원리는 몸이 움직이는 전체 맥락과 그림을 보여준다. 임기응변이 아니라 근본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특히 나이 들어 어떻게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더 효과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지 등 자신에게 맞는 노후 건강법을 찾을 수 있다.

나이 들면서 신체 기능이 천천히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름 건강관리에 애쓰는 편인 P부장에게도 불편한 구석이 하나둘이 아니다. 신체 전반에서 노화가 진행되고 노인성 또는 퇴행성 질환이 생겨난다. 사람마다 각자 가장 약한 부위부터 문제를 일으킨다.

취약 지점은 폐, 심장, 뇌, 혈관 등 다양하다. 그 부위가 외과 처치나 약물로 개선됐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다음 약한 부위에서 다시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몇 가지 병과는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신체 전반이 고루 쇠퇴하면 병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마감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자연사 또는 평온사로 불리는 죽음이다. 그렇더라도 어느 신체기관이 먼저 기능을 멈추느냐에 따라 심장마비, 폐렴 등 사인이 달라진다.

노후에는 죽음으로 직접 이어진 부위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신체기관이 큰 차이 없이 노화 상태이기 때문에 그 기관의 기능을 되살리려 무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죽음을 맞기 전까지 큰 병치레 없이 지낸다면 더없는 복이다. 먹는 약의 종류와 횟수, 병원 가는 날이 늘어나더라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면 그나마 ‘선전’하는 것이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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