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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입자들이 ‘깡통전세 보증금‘ 떼일 수밖에 없는 이유

등록 2020-05-31 13:34수정 2020-05-31 15:15

전세보증금 보호 못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20대 국회 개정안 쏟아졌지만 통과 ‘0’건
깡통전세 방지 21대 국회 입법 서둘러야
전세값 폭등 등 서민 주거복지를 논의하는 전국세입자 번개 모임 ‘버럭’ 행사가 지난 2015년 10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세값 폭등 등 서민 주거복지를 논의하는 전국세입자 번개 모임 ‘버럭’ 행사가 지난 2015년 10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해외 원정 도박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연예인 ㅇ씨가 자신이 임대한 다세대주택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지난 3월 문화방송(MBC)은 해당 다세대주택이 ㅇ씨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준 채권자에 의해 가압류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집주인의 채무로 인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이른바 ‘깡통전세’가 된 것이다. 한 세입자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전세금반환청구 민사소송에 패하고 해당 세입자에게는 민사소송비용 및 전세금 미반환에 대한 은행 이자 및 원금을 갚아야 하는 지급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다고 적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임대인이 반환하지 못한 사고 보증금은 지난해 3442억원에 달한다.

세입자들은 왜 소송까지 불사해야 하는 깡통전세의 피해자가 된 것일까. 20대 국회 회기 내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 42건 가운데 16건은 보증금 보호와 관련된 3조 또는 4조에 대한 개정안이었다. 발의만 되고 통과되지 않은 주임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현행 주임법이 세입자들의 보증금 보호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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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만 말고 세입자는 모른다?

특히 세입자에게 임대주택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많았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세입자가 계약 체결 이전에 임대주택과 관련된 채무 및 보증금 우선순위를 파악할 때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세입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현행 법은 임대인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정보 제공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개별 호수 별로 등기가 이뤄지지 않는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은 건물 등기부등본에도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이나 확정일자 등의 정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깡통전세 피해가 제일 크다. 현행 법은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의 다른 세입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면서도 임대인 동의를 필수로 정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은 “법적 허점이 악용되어 부동산 거래에 서툰 청년·신혼부부 등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등을 중심으로 주인이 보증금을 들고 잠적하는 수십억원 대 전세 사기 사건이 벌어져도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박홍근 의원은 임대인의 정보 제공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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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1순위, 세입자가 2순위?

임대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에 변제 순서에서 세입자가 은행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도 여럿 발의됐다. 현행 법은 세입자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완료한 ‘다음날’부터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반면, 저당권 효력 발생 시점은 저당권 설정 등기가 이루어지는 ‘즉시’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완료한 날 해당 주택에 대해 은행이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은행보다 후순위 채권자가 되는 문제가 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보면 “세입자의 주민등록과 제3자의 저당권 설정 등기가 같은 날에 이루어지는 경우 제3자인 저당권자가 세입자보다 선순위로서 우선변제를 받게 되어 이 법에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대상인 세입자가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대주택이 경매될 때 세입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 및 경매 일시중지권을 부여해 현실적으로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했을 때 국가의 추징 과정에서 세입자 보증금이 떼이는 문제도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보면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국세는 다른 채권에 우선해 징수되므로 국세 체납액이 많은 임대인에 대한 국가의 세금 추징 과정에서 보증금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며 세입자가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에 세무서를 포함시켜, 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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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에서 보증금 대출 받으면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안된다?

보증금 보호가 취약한 현실에서 세입자들은 별도 비용을 들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보험(SGI)이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보험의 경우 2015년 3941건에 불과했던 가입 건수가 2018년 한해 8만7438건으로 폭증했다.

이마저도 제1금융권이 아닌 저축은행에서 보증금 대출을 받은 세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대출로 마련했을 경우,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을 승계할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저축은행이 지정돼 있지 않은 탓이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선변제권을 승계할 수 있는 금융기관에 저축은행을 포함하는 주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현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세입자 뿐만 아니라 임대인에게도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을 보면 “(현행 법의 보증금 보호는)보장 금액의 비현실성, 절차의 복잡성, 비싼 등기비용, 임대인의 비협조 등으로 사실상 실효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제도를 확대한 ‘보증금 반환의무 지급보증제도’를 명문화한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금융기관 등이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절차는 세입자 개인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임대인과 대등한 입장에서 미리 지급한 보증금을 반환받도록 한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는 “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아니라 임대인 비용으로 가입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임대인의 비용으로 가입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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