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5월 소비자 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저물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의 교육비·공공요금 감면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로,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해 9월(-0.4%) 이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저유가 추세다. 공업제품이 2% 내렸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류가 18.7%나 하락해 전체 물가를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서비스물가는 0.1% 올라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비스물가 상승이 둔화한 큰 이유는 고등학교 등록금 감면, 유치원비 지원, 지자체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의 정책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1.9% 하락했기 때문이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문화 관련 가격이 하락하면서 0.9% 상승해, 전월 상승폭(1%)보다 약간 낮아졌다.
반면 집밥 수요 증가와 돼지고기 가격 상승 영향으로 농·축·수산물이 3.1% 올랐다. 봄배추 작황이 나빠 배추가 102.1%나 오르는 등 채소류가 9.8% 상승했다. 돼지고기(12.2%) 가격 상승 영향으로 축산물도 7.2% 올랐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1.5%였다가 2월 1.1%, 3월 1%로 조금씩 감소하더니 4월엔 0.1%까지 떨어졌고, 5월엔 -0.3%로 내려앉았다. 통계청은 수요 부족에 따른 물가 하락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밝혔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번 물가 하락은 공급 쪽 요인 때문이고, 마이너스 물가 기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근원물가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 것도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없는 근거다.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수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5% 올라 전월(0.3%)보다 상승폭이 다소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폭은 4월과 같은 0.1%였다. 구입빈도가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껴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상승폭(3.4%)이 전월(2.9%)보다 커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물가하락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성장 둔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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