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강기정 정무수석,김영식 법무비서관,이명신 반부패비서관, 김조원 민정수석(왼쪽부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이 금융감독원에 중징계를 요구한 대상자 2명은 올해 2월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장 제재를 실무적으로 책임졌던 핵심간부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 감찰반이 4개월간의 감찰을 종료하면서 금융감독원장에게 중징계를 요구한 대상자 2명은 시중은행 검사 책임자들로 디엘에프 사태와 관련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검사를 담당했던 임원과 국장으로 파악됐다. 다만 감찰반은 이들에 대한 중징계 요청의 근거로 디엘에프 처리 건은 문제 삼지 않고, 우리은행 고객 비밀번호 무단 변경 등 다른 2건의 업무 처리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반은 이들이 해당 금융사들을 봐줄 목적으로 이 사안들에 대한 처리를 지연시켰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찰 결과 디엘에프 제재 책임자들이 문책 대상이 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감찰의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2명은 디엘에프 제재 결정 당시 은행들과 가장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들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별건으로 문책 대상이 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디엘에프 제재 건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추진해온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그는 그동안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가 만연해 일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는 일이 반복되는 데는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다고 강조해왔다. 디엘에프 제재 건은 금융권에 큰 파장을 낳았다. 금감원이 금융상품 대규모 손실의 최종적 책임을 물어 은행장들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린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불완전판매를 한 직원이나 담당 부장급 정도까지만 책임을 물어왔다. 은행 경영진에게까지 제재 범위가 확대되자 은행들의 반발도 거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쪽에선 이번 감찰이 디엘에프 제재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금융사들에 대한 검사를 해놓고 조처를 미루는 게 관행처럼 돼 있고, 이것이 금융사 봐주기로 연결되는 사례가 발생하곤 했는데, 이번 감찰은 이런 문제를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찰반은 금감원에 디엘에프 제재 관련 자료도 요구해 가져간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디엘에프 건도 애초 감찰 범위에 포함돼 있었다는 방증이다. 고질적인 업무 처리 지연이 문제라면 디엘에프 건은 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 건은 지난해 8~9월께 금감원이 검사에 들어간 사안으로 올해 2월 제재가 이뤄진 만큼 다른 건에 비해 업무 처리가 지연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금감원의 업무 처리 지연을 문제 삼는다면 아마도 수백건이 될 것”이라며 “왜 하필 이 두 사람이 감찰 대상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디엘에프 관련해서 은행 경영진에게 중징계를 내리니까 그쪽에서 로비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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