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부지 매각 가격과 대금 지급 시기 등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던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하면서 양쪽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이 문제를 풀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12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민권익위원회에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서울시를 상대로 한 고충 민원을 11일 제기한 사실을 공개했다. 대한항공은 민원서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이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 강제수용 의사 표명 등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히며 서울시의 행정절차 중단을 권익위에 요구했다. 권익위 고충 민원은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행정으로 권리가 침해됐다고 생각되는 국민이 제기하는 민원이다. 권리 침해가 인정되면 권익위는 해당 행정기관에 시정조치를 권고한다.
대한항공은 서울시 탓에 지난 10일 마감된 부지 예비 입찰자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총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를 냈지만,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발표에 따라 실제 예비 입찰에 나선 쪽이 한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3월 해당 용지의 공원화 계획을 밝힌 서울시는 지난 5일 부지보상비를 약 4671억원으로 책정하고 2021~202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고 발표했지만, 대한항공 쪽은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과 지급 시기가 충분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때문에 입찰자가 없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힘들다. 송현동은 1종 일반주거지역이자 학교상대보호구역이라 3층 정도의 건물밖에 지을 수 없다. 지난 12년 동안 이 땅이 공터로 유지된 이유다. 주변 환경 때문에 규제가 많아 입찰자가 없는 것을 서울시 때문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부지 매입 외에도 행정·재정적으로 대한항공 자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만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송현동 부지를 헐값에 ‘강제 수용'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매입가는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대로 결정할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구체적 조건 및 요구사항을 듣고 효과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 재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송현동의 역사성에 맞게 공공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고 본다. 실제 이 부지는 조선시대 왕족 집터였다가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사택, 광복 뒤에는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다. 이후 1997년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2008년에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매입했다. 그 뒤 2012년께 해당 부지에 상업용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정부 판단이 나오면서 대한항공은 이곳을 공터로 유지해오다 지난 2월 매각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해당 부지를 ‘제값’에 매입한 뒤 서울시에 되팔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한다. 지난 11일 정부가 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터라, 캠코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캠코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해당 부지가 (캠코의) 매입 대상은 될 수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되는 건 없다”면서도 “만약 캠코가 매입한다면 서울시에 다시 팔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신민정 옥기원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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