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3종목이 모두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인사혁신처의 판정이 내려지면서 고위공직자로서 조 위원의 안이한 대응과 사태 축소에 급급한 한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23일 “조윤제 금통위원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보유주식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심사결과를 지난 22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위원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한달 이내인 7월21일까지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백지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조 위원은 이날 “적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만약 다음달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하루 전까지 주식을 모두 팔지 않을 경우, 조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 이어 또다시 의결에서 제척(배제)된다.
조 위원은 지난 4월 금통위원 취임을 전후해 비엔케이(BNK)금융지주 등 금융주와 기아차 등 5개 종목은 처분했지만, 정보보안솔루션업체 에스지에이(SGA), 무선통신장비업체 쏠리드, 수상화물업체 선광 등 코스닥 3개 종목은 팔지 않은 채 지난달 20일 인사혁신처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1월 관보에 공개된 조 위원의 이 세 종목 보유 주식수를 23일 종가로 환산하면 10억6600만원에 달한다. 특히 조 위원이 보유한 에스지에이 주식은 74만588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1.53%나 된다. 이 회사 대표이사(30만주)보다 지분율이 높다. 이 회사의 계열사는 한은과 계약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 전산정보국 관계자는 “에스지에이의 자회사인 에스지에이솔루션즈와 2017년부터 문서저장통계시스템 유지·정비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공직자윤리법상 보유한 주식의 업체와 예산을 편성하는 기관이 계약관계에 있으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다음번 계약 때도 그 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자윤리법시행령에서 직무관련성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8가지 항목에는 ‘예산의 편성·심의·집행 또는 공사와 물품의 계약에 관련되는 직무’가 포함돼 있다. 또 관련 업종에 관한 정책의 입안·집행이나 지도·감독에 관련되는 직무도 해당된다. 이러한 직무를 맡는 공직자는 해당 기업의 경영이나 재산상 권리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은법(제3절 29조)에 따르면 금통위원은 한은의 예산·결산 등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조 위원이 보유주식 처리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에스지에이의 경우 공공기관의 서버 등을 구축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일찌감치 직무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다른 자회사인 에스지에이비엘씨는 블록체인 인증 플랫폼 개발업체로, 조 위원이 주미대사로 있던 지난해 외교부의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인증시스템 사업’ 등에 참여했다. 그런데도 조 위원은 ‘해당 종목들의 거래량이 적어 내가 팔면 하한가로 갈 수 있다’며 주식 미처분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은 관계자들은 전했다.
금통위원의 재산공개 문제를 관리할 의무가 있는 한은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조 위원의 주식 3천만원 초과보유 문제가 지난달 <한겨레>에 보도되자 한은은 내부 제보자 색출에 골몰했다. 한은은 최근 “조 위원 주식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심사회의가 25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며, 심사결과는 본인에게만 통보되므로 한은은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은 심사 청구일(5월20일)로부터 한달 안(6월19일)에 결론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이번 회의는 이 시한 전에 열렸고 인사혁신처는 19일 심사결과를 한은에 전자문서로 통보했다. 한은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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