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충남 서산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기아차 니로이브이(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과 배터리 3사의 연쇄 회동이 마무리되면서 현대차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달 동안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연이어 만나는 전례 없는 ‘그림’이 연출된 만큼, 이번 회동이 차세대 전기차 경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7일 현대차그룹과 에스케이그룹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충남 서산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찾아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과 만났다. 삼성에스디아이(SDI)와 엘지(LG)화학에 이어 정 부회장의 국내 배터리 사업장 순회가 두 달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양쪽 경영진은 기아차 니로이브이(EV)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의 조립 라인을 둘러본 뒤, 리튬금속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력 반도체와 차량 경량화 신소재 등 미래차와 관련된 다른 신기술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에스케이 쪽에서는 각각 배터리와 모빌리티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최재원 에스케이그룹 수석부회장과 장동현 에스케이㈜ 사장을 비롯해 김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업계의 관심사는 이제 회동 그 이후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3세대 전기차 경쟁에서 현대차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이다. 3세대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차를 일컫는 업계 용어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성능을 확보하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나 내년 첫 3세대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기아차도 내년 상반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3세대 전기차 2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이번 연쇄 회동도 본격 경쟁에 뛰어들기 앞서 배터리 경쟁력을 점검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3세대 전기차가 시장성을 확보하려면 차 가격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단가를 최대한 낮춰야 하므로, 현대차로선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현대차가 배터리 가격 경쟁을 붙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배터리 단가는)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테슬라는 물론 유럽·중국 업체들도 3세대 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어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비야디(BYD)의 ‘한 이브이(EV)’, 샤오펑의 ‘피(P)7’ 등은 주행거리가 6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 주도권 다툼은 내년을 기점으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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