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3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등 기획재정부의 금융세제 개편 방향을 사실상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정부의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침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관련기사 보기 : 코로나 하락장에 개인투자자 밀물…큰 수익 거두자 양도세 도입 반발)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25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통해 2023년부터 주식을 팔아 2천만원 이상 수익을 내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1종목당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2021년 3억원 이상)에게만 양도소득세를 적용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2022년 0.02%포인트, 2023년 0.08%포인트 낮춰 현재 0.25%에서 0.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형평성 원칙이 주식 양도차익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기재부가 이미 2011년 과세 대상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세 분야의 오래된 과제였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7월 정부 출범 직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침을 밝혔고, 지난해 2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재정개혁보고서’에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확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기재부 분석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경우 주식 거래로 연 2천만원 이상 차익을 내는 사람은 전체 투자자 가운데 5%에 불과하고, 오히려 증권거래세 인하로 대부분 부담이 줄어든다.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기재부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 용역 보고서를 보면, 양도소득세 도입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양도소득세 도입과 관련해 2018년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세율 인상(5%→10%)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8월2일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세율 인상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 전후를 비교한 결과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각각 39.8%, 37.7% 줄었다. 6개월로 확대해 비교하면 각각 26.6%, 42.4%가 줄었다. 반면 2018년 4월1일 인상된 세율 실제 적용 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 전후를 비교하면 거래량은 6.7%, 거래금액은 5.9% 늘었고, 6개월로 비교하면 43.8%, 39.1%가 증가했다. 보고서는 “양도소득세 부과는 상품 가격에 대한 한번의 하락은 유발할 수 있으나, 금융시장의 역할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정부 발표 뒤 일각에서 “양도소득세 확대는 증세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증권거래세를 존치하는 것은 이중과세다” “양도차익 과세는 주식거래를 위축시킬 것이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안은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재부는 기존 계획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자산과세를 강화하기로 한 기존 방침과 달라 경제철학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과세 적용 대상은 ‘개미투자자’가 아니라 ‘슈퍼개미’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소 1억원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야 연 2천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며 “젊은층에서 그렇게 투자하는 경우는 소위 ‘금수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주 중 금융세제를 포함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