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3년부터 시행될 주식양도소득세에 대한 기본공제가 애초 계획인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증권거래세 인하는 2022년이 아닌 1년 앞당겨 실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개인투자자 의욕을 꺾지 않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기존 계획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22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세법개정안을 보면, 2023년부터 시행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5천만원 이상일 때만 적용된다. 기재부가 지난 6월25일 밝힌 계획은 기본공제 2천만원이었는데 문 대통령 지시 이후 두배 넘게 올랐다. 5천만원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20%(3억원 초과분 25%)이 적용된다. 아울러 증권거래세는 2021년에 0.02%포인트를 낮춰 당초 계획보다 1년 먼저 실시하고, 2023년에 추가로 0.08%포인트를 인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주식을 거래할 때 2021년 0.23%, 2023년 0.15% 거래세율이 적용되고, 비상장 주식 거래시는 2021년 0.43%, 2023년 0.35% 세율이 된다.
예를 들면 2023년에 주식 2억원어치를 사서 2억5천만원에 팔아 5천만원 이익을 냈다면, 세금은 전체 거래금액인 2억5천만원에 따른 거래세 37만5천원(0.15%)만 내면 된다. 현재 62만5천원(0.25%)보다 25만원이 줄어든다. 또 4억원어치 주식을 사서 5억원에 팔았다면 기본공제 5천만원을 제한 차익 5천만원에 양도소득세 1천만원(20%)와 전체 거래금액에 대한 거래세 75만원이 부과된다. 현재는 이익에 대한 세금 없이 거래세 125만원이 부과된다. 기획재정부는 주식 거래로 연 5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는 600만명 가운데 2.5%인 15만명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간접 투자인 주식형펀드을 통해 주식거래로 이익을 봤다면,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애초 계획은 주식에만 적용하기로 했지만,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주식형펀드도 포함시켰다. 주식 거래로 손실이 난 경우에는 5년간 이월공제 혜택을 줘 향후 이익을 봤을 때 손실분을 차감할 수 있도록 했다. 과세 역시 애초 월 단위로 하기로 했던 것을 1년에 두번, 반기별로 원천 징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계획을 수정한 이유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지원하고 저금리 상황에서 국민의 금융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당초 기본방향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정에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손실에 대해 이월공제까지 해주는데도 기본공제를 5천만원으로까지 확대한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형평성을 허무는 일”이라며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렵고, 대통령 지시에 의해 수정된 것이라 국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전면적인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사실상 좌절되고 기형적인 방식으로 갔다”며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에 정부가 사실상 굽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금융투자 관계자들은 환호성이 나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본공제 5천만원은 엄청난 금액이며, 부부 간 계좌를 따로 쓰면서 공유하면 1억원까지 공제된다”며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라는 확실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정훈 이경미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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