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 시간의 극장
제12화 인터넷 1세대 3인방
제12화 인터넷 1세대 3인방
네이버·카카오톡·다음·쏘카·라인·밴드…. 2020년 대한민국과 사람들의 삶을 소개할 때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것들이다. 벤처기업 창업자로 치환하면 이해진·김범수·이재웅 셋이 소환된다. 각각 네이버, 카카오, 다음 창업자다. <한겨레>는 2014년 5월27일치 기사에서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기로 한 사실을 전하며 이들 셋의 남다른 인연을 덧붙여 소개했다. ‘얽히고설킨 ‘삼각인연’’이란 제목이 달린 이 기사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 발표에 따라 이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로 시작돼 “세 사람 사이 인연의 얽히고설킴은 여전히 진행 중인 셈이다”로 끝난다. 해설 김재섭
김범수는 한게임 창업
이해진은 네이버컴 창업 ‘신의 한수’ 네이버-한게임 합병
이후 떨어져나간 김범수는
카카오 만들어 다음을 품다 <한겨레> 아카이브를 보면, 네이버 창업자로 지금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는 이해진과 카카오 창업자로 지금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의 인연은 드라마틱하다. 뒤집어보면, 둘 사이에 이런 인연이 없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톡’이 탄생하고 각각 ‘국민 포털’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싶다. 언젠가 작가의 손이 닿으면, 이병철 삼성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 창업자를 능가하는 스토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해진과 김범수의 인연이 스펙터클하다. 둘은 서울대에서 만났다. 김범수가 1966년생으로 한 살 위지만, 재수를 했다. 1986년 이해진은 컴퓨터공학과, 김범수는 산업공학과에 나란히 입학해 1990년 함께 졸업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2012년 4월4일 모습. 카카오가 제공한 사진으로, <한겨레>와 <한겨레21>에 자주 실렸다. 2년 뒤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다는 사실을 예상했을까.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한겨레> 김영훈 화백이 2014년 9월22일 잡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미지. ‘카카오는 표정관리 중’이란 설명이 달렸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이 있었던 해다.
2003년 1월10일 이해진 엔에이치엔(NHN) 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2000년 한게임을 합병해 수익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2002년 8월에는 삼수 끝에 코스닥 등록 심사를 통과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올밖에. 손에 안테나가 삐죽 나온 폴더폰을 들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윤운식 기자가 찍었다.
한겨레 경제주간지 <닷21> 2000년 6월20일치에 실린 이해진 네이버 대표. ‘신의 한수’이자 ‘네이버가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게임 인수합병 직후다. 네이버를 상징하는 모자의 날개가 한게임을 나타내는 게 아닐지. 이주노 기자가 찍었다. 디지털화되지 않은 과거 지면 사진을 다시 찾아 소개한다.
이해진의 비전에 게임은 없었다 네이버의 한게임 합병은 이해진과 김범수 모두에게 ‘신의 한수’이자 ‘날개’가 됐다. 합병 이듬해인 2001년 2월 한게임은 ‘프리미엄 서비스’란 이름으로 게임을 유료화했다. 덕분에 그해 2분기 엔에이치엔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이해진 공동대표는 <한겨레> 2001년 8월17일치 ‘CEO에게 듣는다’ 인터뷰에서 “회사 설립 2년 만에 모처럼 웃게 됐어요. 서비스 성격을 정확히 이용한 유료서비스 덕분입니다. 지난해 합병한 게임포털 한게임의 프리미엄 서비스 유료화가 비교적 무난히 정착된 게 큰 힘이 됐죠”라고 밝혔다. 이듬해(2002년) 8월 포털 네이버와 게임사이트 한게임을 운영하는 엔에이치엔은 ‘삼수’ 끝에 코스닥 등록 심사를 통과한다.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에게 네이버컴 합병 대신 지분 투자를 하게 하는 과정에서 조건을 건 게 두번에 걸친 코스닥 상장 좌절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어쨌건 게임 유료화에 이은 코스닥 상장을 통해, 이해진은 검색 서비스 한우물을 팔 수 있게 됐고, 김범수는 게임사업을 마음껏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이때를 즈음해 네이버가 포털 1위 사업자 다음을 바짝 쫓기 시작했다. 새롬기술이 네이버 인수합병을 번복하지 않았다면,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하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하여튼 이해진은 새롬기술에 발목이 잡혀 늪에 빠졌다가 살아났고, 한게임 합병으로 날개를 달아 네이버를 지금 모습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네이버를 상징하는 캐릭터 모자에 날개가 붙어 있는데, 그 날개를 한게임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지. 하지만 네이버와 한게임은 닷컴 버블 붕괴기에 서로 필요로 해서 만났을 뿐, 이질적인 사업의 특성상 끝까지 함께할 수는 없었다. 상장을 통해 네이버가 한게임을 필요로 했던 요인이 해소됐고, 이해진과 김범수의 사업 방식과 비전이 크게 달랐다. 무엇보다 이해진의 사업 비전에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다. 네이버 쪽이 한게임 쪽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가 들리는가 싶더니, 김범수가 2007년 엔에이치엔 공동대표에서 물러나 미국법인 대표 명함을 들고 벤처기업의 산실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로 갔다. 그리고 얼마 뒤 이해진은 게임사업을 ‘엔에이치엔엔터테인먼트’로 떼어내고 다시 네이버 깃발을 들었다. 김범수는 절치부심하며 새 길을 찾았다. 컴덱스(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회) 등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주요 전시회 때마다 찾았는데, 이게 뒷날 ‘김범수 도박설’의 빌미가 된다. 2010년 김범수는 귀국해 카카오를 창업하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선보인다. 카카오톡은 곧 ‘국민 메신저’로 불릴 정도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또한 카카오가 카카오톡 성공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네이버와 시장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해진과 김범수 사이에 이번에는 ‘숙명의 라이벌’전이 펼쳐진다.
2000년 3월1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새롬기술의 네이버컴 합병 발표 기자회견에서 오상수(왼쪽 둘째) 새롬기술 사장과 이해진(셋째) 네이버컴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이해진 대표가 웃고 있지만 사실은 웃는 게 아니었다. 이날 밤 이해진 대표의 읍소와 설득으로 합병 발표는 하루 만에 번복됐다. 김경호 기자 촬영.
2000년 초 <한겨레21>이 기업인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1세기 한국 디지털산업을 이끌 경영인’ 소개 기사. 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이 1위, 안철수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 대표가 3위,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가 5위에 오른 게 눈에 띈다. 이해진 네이버 대표와 김범수 한게임 대표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절대지존 이재웅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표 포털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고, 국내 인터넷업계를 대표하는 벤처기업가는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겸 대표였다. 다음은 야후와 라이코스 같은 미국계 포털들을 누르고 국내 대표 포털로 우뚝 서 있었다. 다음의 한메일은 ‘국민 이메일’로 꼽히기까지 했다. 당시 <한겨레> 기사를 보면, 당시 벤처기업 3인방은 다음·새롬기술·골드뱅크였고, 인터넷업계 벤처기업가로 2001년 다보스포럼, 방북단, 대통령 방미 사절단에 초청받는 것은 늘 이재웅이었다. 이해진과 김범수의 이름은 없었다. 이재웅은 이런 명성과 평판 속에서 2001년 7월2일 <한국방송> 9시 앵커 황현정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모두가 부러워했다. 그해 8월에는 기아자동차 옵티마 광고에 출연했다. “다음은 16일을 ‘다음의 날’로 정하고 다음 회원들을 위한 오프라인 축제를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서 연다고 13일 밝혔다… 12일 현재까지 참여를 신청한 회원이 30만명을 넘어섰고, 당일까지는 40만~50만명이 참가를 신청할 것으로 다음은 예상했다.” 이태희 기자가 <한겨레> 2001년 8월13일치에 쓴 기사로, 포털업체 다음의 위상과 업계 지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네이버가 한게임을 합병해 날개가 달리면서 다음이 밀리기 시작했다. 2003년 1월21일치 <한겨레> ‘인터넷은 지금 ‘공습경보’―포털 사이트 대전쟁’ 기사는 “다음은 2001년 이후 야후코리아를 밀어낸 뒤 2천만명에 육박한다는 한메일 회원과 ‘카페’ 서비스로 선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운다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음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엔에이치엔의 기세에 움찔하기 시작했다. 외형에서는 아직 엔에이치엔이 뒤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실속 면에서는 오히려 다음을 앞서가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니홈피와 도토리로 기억되는 ‘싸이월드’의 등장은 다음을 더욱 코너로 몰았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2004년 7월14일치 ‘싸이월드, 인터넷 역사를 다시 쓰다’ 기사에서 “그동안 인터넷업계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다음이 결심하면 포털 사이트의 새로운 흐름이 결정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 다음의 왕좌에 상처가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다음은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엔에이치엔의 네이버가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라는 자극적인 카페 광고로 치고 나올 때만 해도 견딜 만했다. 문제는 뜻밖의 복병이 있었다는 것이다.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의 포털 사이트 네이트닷컴이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라고 썼다.
2000년 6월5일 이용호 기자가 찍은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모습. 당시까지만 해도 이재웅은 인터넷업계를 대표하는 벤처 창업자였다. 미래를 알아버린 탓일까, 표정에서 시름이 읽힌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이 국내 최고 벤처기업가라는 평판을 바탕으로 기아자동차 옵티마 광고에 출연했다. 기아자동차 제공 사진으로 추정된다.
2001년 7월2일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황현정 한국방송(KBS) 아나운서가 결혼식을 올렸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제공 사진으로 추정된다.
2004년 3월18일 제주도청에서 이재웅(왼쪽 둘째)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우근민(셋째) 제주지사가 다음 본사의 제주 이전 협약서를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성공해 본사를 서울로 옮겨오는 회사는 있었어도 지역으로 가는 경우는 흔치 않아 주목을 받았다. 차별화된 결정으로 부지 사용과 세금 등에서 큰 혜택을 받았다. 김정효 기자 촬영.
다음, 네이버에 추월당하다 이재웅은 ‘모종의 결단’을 이어가며 전세 역전을 시도했다. 2004년 “모험”(한겨레 8월3일치)이라는 지적을 무릅쓰며 미국계 포털업체 라이코스를 인수했고, 본사를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전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지역에 있다가도 성공하면 본사를 서울로 옮겼지, 서울에 있던 업체가 본사를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석종훈 조선일보 기자를 영입해 경영을 맡기고, 이후 2010년대엔 ‘마이피플’ 앱 등 참신한 서비스들도 잇따라 내놨다. 특히 2004년 내놓은 온라인 토론장 ‘아고라’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아고라는 2019년 종료됐다. 하지만 전세 역전은 쉽지 않았다. 한메일과 함께 함께 인터넷 시장을 호령하던 다음은 기어이 그 자리를 후발주자 네이버한테 내어주고 말았고, 1등이 독식하는 인터넷 시장의 특성대로 네이버와 다음의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졌다. 구글 등 외국 사업자들의 공세도 거세졌다. 결국 이재웅은 더 늦기 전에 다음에 새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바일 인터넷 시대 국민 메신저를 넘어 국민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을 가장 적합한 상대로 꼽았다. 그리고 1995년 창업해 ‘한메일’로 한때 대한민국 대표 포털 자리에 우뚝 섰던 다음을 7살짜리 벤처기업에 내주는 결단을 했다. 카카오와 합병으로 다음 지분 13.7%를 가졌던 이재웅의 합병회사 지분은 4.1%로 줄어, 5대 주주로 밀려났다. 네이버의 한게임 합병이 김범수가 이해진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면, 카카오의 다음 합병은 김범수가 이재웅에게 ‘만년 2인자’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물론 김범수도 모바일에 치중된 카카오 사업구조를 웹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봤다. 이재웅이 몇년 뒤 차량 공유 서비스(쏘카)와 모빌리티 서비스(타다) 등을 들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김범수가 이재웅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옛 영광을 되찾을 기회를 줬다고 볼 수도 있다. 네이버는 한게임을 떼어내고, 카카오는 다음을 품은 뒤 각각 승승장구해 대기업집단(재벌)으로 지정됐다. 덩달아 이해진과 김범수는 ‘재벌 총수’(동일인)로 지정됐다. 둘이 보유한 회사 지분의 가치는 각각 1조원을 넘었다.
다음 인수합병으로 딸려온 의무? 2015년 6월26일 제주시 중앙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겸 상징물 제막식이 열렸는데, 김범수(오른쪽 둘째)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김 의장이 지금 이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진.
이해진·김범수 “우린 재벌이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 상황을 거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재벌이라고, 이해진·김범수는 재벌 총수로 불리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한겨레>는 2017년 8월15일치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공정위에서 ‘나는 총수 아니다’” 기사에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 전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썼다. 앞서 이해진은 2017년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버리고 글로벌투자책임자로 물러났다. 시간외 매매로 19만5천주를 매각해 회사 지분율도 4.31%에서 3.72%로 낮췄다. 이어 2018년 주총에서는 등기이사도 버렸다. <한겨레>는 2018년 2월28일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사회 사퇴 이어 주식 매각 왜?’ 기사에서 “총수 재지정과 관련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해진·김범수·이재웅은 각각 차별화된 화두를 던지고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기존 재벌기업 창업주들과 다른 평판을 얻으려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서로 손을 잡기도, 힘을 합치기도 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재직 당시 이해진을 스티브 잡스에 빗대며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이재웅이 발끈하며 공격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이해진은 2019년 6월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 주관으로 열린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경쟁력’ 심포지엄에서 “네이버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데이터를 잘 지켜내서 500년, 1천년 지나 후손들이 ‘그때 네이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33살 때는 “20년 뒤 네이버 사업에서 멀어지는 대신 그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일에 매진할 것”(<한겨레21> 2000년 1월6일치)이라고 했다. 딱 지금 모습이다.
2000년 1월6일치 <한겨레21> 기사. 33살 이해진 네이버컴 사장의 “돈만 버는 기업인은 사양하겠다”는 멘트를 앞세웠다. 20년 뒤 자신의 모습을 “네이버컴의 사업에서 멀어지는 대신 그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일에 매진할 것이다”라고 전망한 대목이 ‘소오름’ 끼치게 한다. 지금 처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디지털화되지 않은 지면 사진을 새로 찾아 소개한다. 박승화 기자 촬영.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2002년 12월31일치에 실린 김범수 엔에이치엔 공동대표 인터뷰 기사. 엔에이치엔이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해진 공동대표의 ‘검색 전문 포털’ 비전과 너무 다르다. 이해진과 김범수가 함께할 수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 한겨레 아카이브의 김범수 사진 가운데 가장 젊을 때 모습이다. 수염이 없으니 더 젊어 보인다. 지금은 <한겨레> 문화부 ESC팀장을 맡고 있는 박미향 기자가 찍었다.
2000년 1월20일치 <한겨레21> 디지털 경영인 좌담회 특집기사에 담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모습.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의 투자에 대해 “손 사장은 투자자이지 사업가가 아니다. 한국 기업을 키워 외국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외국 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손 사장의 투자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촬영.
‘타다’ 중단 이재웅의 혁신은? 김범수는 최근 코로나19 극복 기금을 내놓으면서 사재 20억원을 보태 화제를 모았다. <한겨레> 2020년 3월4일치 보도를 보면, 김범수는 본인 소유 회사 주식 1만1천주를 코로나19 극복에 써 달라고 내놨다. <한겨레>는 “삼성 등 주요 그룹이 잇따라 코로나19 기부 행렬에 참여하고 있지만 오너가 사재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썼다. 이해진과 김범수는 회사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넘겨주지 않겠다고 공개선언한 상태이다. 다음을 카카오에 넘기고 “그동안 회사 지분을 팔아 벤처기업 인큐베이팅과 엔젤투자 등을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그쪽 일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떠났던 이재웅은 돌아오면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의 민간공동본부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지금은 논란 끝에 타다가 중단되면서 재기의 한쪽 날개가 접힌 상태지만, 그의 손에서 카카오톡과 네이버 못지않은 대박 작품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해진·김범수·이재웅의 얽히고설키는 인연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알립니다] 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 ‘시간의 극장’ 시즌1이 12화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시즌2를 여는 13화는 8월24일(또는 25일)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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