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던 2분기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이 당초 증권사 예상보단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예상보다 빨랐고 비대면 사업도 수익을 낸 영향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154개 상장사의 2분기 잠정 실적 합계치는 23조343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27조290억원)보다는 13% 적지만 증권사 평균 전망치(21조5708억원)보다는 8% 많았다. 코로나19 영향 탓에 지난해보단 실적이 악화했지만 증권사가 예상한 것보다는 좋게 나왔다는 뜻이다.
개별 기업으로 봐도 증권사 평균 전망치(3곳 이상)보다 영업이익이 많거나 적자가 축소된 기업은 86곳(56%)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예를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는 4월까지 주요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지만 영업이익은 증권사 전망치보다 각각 85%와 90.5% 더 많았다. 원화 약세 효과를 봤고 국내시장에 내 놓은 신차 판매 비중도 는 덕이다. 엘지(LG)이노텍과 엘지화학도 5세대(5G)이동통신망 기판 사업과 전기차 배터리 판매 호조로 각각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를 34.1%와 39.3% 상회했다.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수혜를 본 쇼핑 플랫폼 기업 카페24는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7억원)보다 539% 높은 4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기와 케이티앤지(KT&G), 카카오, 케이티(KT)의 영업이익은 증권사 전망치와의 차이가 1% 안팎으로 거의 비슷했다.
반면 68곳(44%)은 증권사 전망치보다 영업이익이 낮았다. 롯데케미칼은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를 66.8% 밑돌았고 포스코와 현대건설도 각각 전망치보다 24.9%, 26% 낮았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점포가 많은 롯데쇼핑은 증권사 전망치(288억)보다 95.2% 낮은 14억을 기록했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코로나19가 가장 심할 때 2분기 전망치를 제시했는데 실제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경제 활동 재개가 생각보다 빨랐고 온라인 매출도 늘어 전망치보다 실적이 좋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으로 금융 조달 비용이 줄어든 점도 기업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물론 상장사는 전체 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기업들이어서, 이들의 영업이익 증가가 곧 경제 회복으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증권사들은 오는 3분기와 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실적 개선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6%, 34% 늘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런 전망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한진 케이티비(KTB)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전세계 소비활동과 생산활동이 부진한데 하반기 안에 회복하길 기대하는 건 다소 낙관적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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