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가 3% 넘게 급락하며 2400선 붕괴 이틀 만에 2300선도 내줬다. 코스닥 지수 역시 3%대 하락해 8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9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코스피는 지난 14일 1% 넘게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최근 4거래일 가운데 3거래일에 걸쳐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연출했다. 증시 분석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일시적 충격이라는 해석과 과열된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견해가 맞선다.
이날 코스피는 86.32(3.36%) 급락한 2274.22에 거래를 마쳤다. 북한 리스크가 확대된 지난 6월15일(-4.8%)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코스피는 지난 11일(2418.67) 2400선을 돌파한 지 6거래일 만에 2200선으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4.2%), 현대차(-5.8%) 등 대형 제조업과 카카오(-3.2%), 네이버(-3.0%) 등 인터넷 기업이 함께 하락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4.27% 하락해 삼성바이오로직스(-1.85%)에 시총 2위 자리를 내 줬다. 코스닥도 27.6(3.4%) 하락한 791.14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를 끌어내린 직접적 계기는 국내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간밤에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다. 연준이 추가 부양조치 실시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게 악재로 작용해 미국과 아시아 주요 증시가 동반하락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국내 증시 하락 폭은 유독 컸고 하락 종목도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개인투자자 열기로 단기간에 오른 증시가 최근 경기 불확실성 등 악재와 맞물려 조정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저점 이후 큰 조정 없이 47% 상승한 대만 증시도 이날 3.3% 하락했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올해와 내년에 상장사가 벌어들일 이익은 제한돼 있는데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올라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전문투자자인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 주식을 안정적으로 사들이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는 지난 3월 저점(1457.64) 이후 5개월 만에 1000포인트 상승해 이달초 2400선에 진입했다. 코스피 역사상 5개월 만에 1000포인트 상승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반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하면 하락장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차익 실현 매물 증가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투자자 예탁금이 50조원을 넘었고 아직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는 3월 저점 이후 20조원에 그쳐, 투자금이 더 들어올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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