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면서 재택근무 등 비대면 활동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가 올해 상반기에 누린 ‘코로나 서버 특수’가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반기 반도체 시장엔 외려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 “D램 출하량·가격 정체 전망”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8일 낸 보고서에서 “3분기 서버 출하량이 2분기에 비해 4.9% 감소하면서 디(D)램 출하량과 가격이 정체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들어 디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디램 고정거래가격이 17.8% 상승했던 것과 대비된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디램(32GB)의 고정거래가격이 7월 134달러를 기록해, 6월(143달러)에 비해 6.39%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노릇을 하는 반도체시장 현물가 또한 계속 내림세를 타고 있어, 가격 하락세는 3·4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이유는 상반기 중 반도체 수요 확대를 이끌었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코로나 특수’를 누린 2분기만 따져도 글로벌 서버 출하량은 1분기보다 9.7% 증가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증설한 데다, 코로나 19 충격으로 인한 공급 차질에 대비해 수요 이상의 재고를 비축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코로나 19 와중에도 2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2분기에 크게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중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18조2300억원(메모리 14조6100억원), 영업이익 5조4300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2조300억원 늘어나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에스케이하이닉스도 2분기에 매출 8조6070억원, 영업이익 1조9470억원을 기록해 ‘코로나 특수’를 누린 바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3% 늘어난 수치다.
■ 글로벌 가치사슬 충격도 악재
하반기 반도체 시장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배경엔 주요 반도체 수요처이자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도 있다. 지난 17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공급을 금지해,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과 유통망에 충격을 안겨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9년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달러로, 애플(361억달러)과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은 3위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 11.4%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으로 유통시장이 크게 위축돼 예년처럼 추수감사절이나 연말 등 계절적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애초 올해 하반기엔 갤럭시노트20, 아이폰 새 모델 등이 출시되면서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고,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는 ‘보복적 소비’나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선 반도체 시장 회복 시점을 일러야 내년 1분기나 2분기쯤으로 조심스레 내다본다. 도현우 엔에이치(NH)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서버 업계의 투자가 워낙 활발해서 하반기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데이터센터 위주로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엔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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