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보고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주요 거점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빠르게 확산돼 이들 국가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문정‧김명현 과장은 24일 낸 ‘코로나19 팬데믹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들 핵심국가의 생산 중단과 수요 감소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고용 감소, 교역비용 상승, 대면 서비스 수요 위축 등으로 충격이 증폭돼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국제무역 감소 규모는 -11~-32%로 2008년 금융위기(-11%) 당시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원자재 및 중간재 생산, 완제품 가공·조립 등의 생산단계가 여러 국가에 분산돼 이뤄지는 분업 생산체계를 말한다.
위기에 대한 글로벌 분업의 이같은 취약성이 드러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체제 자체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건비 절감 목적의 제조업 분업은 약해지는 반면 서비스업 중심의 지식집약적 가치사슬은 강해진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본국 회귀와 지역내 공급망 확대 등 지역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과 산업구조는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됐다. 위기회복이 빠른 일부 기업들이 경영여건이 나빠진 여행, 물류, 자동차 산업 등의 피해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시장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 대면접촉 생산방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정 자동화와 로봇 도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수출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참여도가 높은데다 중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2000~2019년)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1%와 57%로 매우 높고 대일 수출입에서 중간재의 비중도 54%와 48%에 달한다. 따라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해 자체 공급망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공급망 관리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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