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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계를 제패했던 MS 익스플로러의 시대가 저물다

등록 2020-08-27 04:59수정 2020-08-27 10:14

MS 익스플로러의 몰락…한국 시장의 향배는?
‘왕년의 제왕’ 인터넷 익스플로러
워드·엑셀 등 M365앱 지원 중단예고
새 브라우저 ‘에지’ 웹표준 준수 선회
실기했던 모바일 시장 확대 움직임
국내 점유율 키우는 ‘웨일’ 등과 세다툼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는 11월 30일부터 인터넷익스플로러11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업도구인 ‘팀즈’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1년 뒤인 2021년 8월 엠에스 ‘365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

지난 17일 엠에스가 개발자커뮤니티에 발표한 내용이다. 365앱은 워드·엑셀의 오피스·원노트 등 엠에스의 주요 프로그램을 망라한 도구다. 브라우저에 대한 지원 중단은 각종 보안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만큼 사실상 퇴출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90% 가까운 점유율로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을 지배하던 익스플로러는 왜 몰락했을까?

■ 모바일 흐름 놓친 게 ‘쇠락’의 원인

익스플로러 쇠락의 비밀은 컴퓨터 운영체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폐쇄성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많다. 엠에스 윈도 환경의 비표준적·비개방형 기술이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인터넷 환경이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는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데스크톱 기반인 익스플로러의 모바일 점유율은 제로(0)다. 2008년 개발된 구글 크롬이 데스크톱·모바일에서 연결된 사용 경험을 제공할뿐더러 개방과 표준을 중시하는 개발자커뮤니티와 소통에 힘쓴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애플의 사파리 역시 모바일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인다고는 해도 운영체제에 의존한다는 점에선 익스플로러와 마찬가지다.

실제로 파이어폭스를 비롯해 사파리(애플), 크롬(구글)의 등장으로 브라우저 시장이 개방과 경쟁 체제로 돌아섰음에도 엠에스의 행보는 한발 늦은 편이었다. 엠에스는 2015년 익스플로러를 대체할 에지(레거시)를 내놓고 올해부터는 크롬의 오픈소스 ‘크로미엄’ 기반의 에지 새 버전을 내놓았지만, 8월 현재 엠에스 브라우저의 합산점유율은 3.46%(시장조사기관인 스탯카운터 기준)에 그치고 있다.

■ ‘1차 전쟁’에선 승리했으나…

절대강자였던 익스플로러의 위상은 경쟁자들의 도전에 계속 무너져왔다. 넷스케이프가 지배하던 초기 웹브라우저 시장에 엠에스는 1995년 윈도95와 묶음으로 익스플로러를 공급해 단숨에 시장지배자로 올라선 바 있다. 넷스케이프와 달리 무료이고 가볍고 빠른데다 실시간데이터전송(ajax), 자바애플릿 등 신기술을 적극 수용한 덕에 1차 브라우저 전쟁의 승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브라우저 ‘끼워팔기’는 1998년 미국 법무부가 제소한 엠에스 반독점소송의 핵심 쟁점이 된 이후 사정은 완전히 바뀌었다.

넷스케이프 개발자들이 모인 모질라재단이 2004년 파이어폭스를 보급하며 2차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되자 엠에스의 위상은 빠르게 위협받게 됐다. 파이어폭스는 탭브라우징, 팝업 차단, 피싱 보호, 검색창 내장, 보안모드, 잦은 업데이트 등의 기능을 선보이며 보안과 속도에서 우위를 보였다. 익스플로러가 누리던 1등 브라우저의 자리는 2012년 5월 크롬(구글)에 넘어갔다.

■ 한국 시장 향배는? 관심은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은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서 엠에스 의존이 극심했던 대표적 나라다. 과거 정부와 은행 등 공공기관이 공인인증서 서비스 등에 보안이 취약한 액티브엑스(X) 플러그인을 고집하면서 반강제적으로 익스플로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까지 공공 웹사이트의 플러그인을 없앨 계획이지만, 익스플로러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쓰는 기업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브라우저의 점유율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이 2012년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에 선탑재한 모바일 브라우저 ‘삼성인터넷’은 8월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6.84%로 1위 크롬(64.0%), 2위 사파리(22.9%)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네이버의 웨일은 국내(데스크톱·모바일 합산)에서 6.77%의 점유율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엠에스의 ‘변신’과 관련해, 국제 웹표준 활동에 참여해온 전종홍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엠에스가 최근 에지에서는 웹표준도 잘 지키고 가볍게 만드는 등 변화를 시도해 놀랍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과거의 익스플로러와 매끄럽게 결별하고 에지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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