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혐의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최근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덕에 호황을 누리는 다국적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유명 명품업체 등 21개 기업과 개인사업가·자산가 22명의 역외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의 주요 탈세 혐의를 보면,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다국적기업 ㄱ사의 국내 자회사는 수년간 매출이 늘고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콕’ 소비 증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자회사는 특별한 경영자문을 하지도 않은 외국 모법인에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수년간 수백억원을 지급하는 수법을 통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법인세 납부 없이 본국으로 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 ㄴ사의 국내 자회사 역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매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자회사가 본사의 상표권·저작권 등을 이용해 올린 소득인 ‘사용료(로열티) 소득’의 경우 과세당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이 자회사는 사용료 소득을 세금 납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 사업소득’으로 위장해 납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 일부 유명 명품 브랜드의 한국법인들도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부당하게 국외로 이전한 혐의로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14조8천억원으로 세계 8위 수준에 이른다.
명품업체 ㄷ사의 국내 자회사는 백화점·면세점 등에서 자사 제품의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인기를 끌자,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 판매해왔다. 같은 제품인데도 외국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본사에서 수입하는 제품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국내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화 등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와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법인이 전날부터 세무조사를 받는 사실이 업체를 통해 확인됐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본사에 경영자문료 부당 지급, 딜리버리히어로는 사용료 소득을 납세 대상이 아닌 소득으로 위장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 정보라는 이유로 두 업체가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와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대해 회사 쪽에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국세청의 세무조사 요청에 성실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정당한 몫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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