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 장마와 집중호우 영향으로 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 만에 최대 폭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승률이 0%대에 머무르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0(2015=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올랐다. 지난 3월 1%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주요 상품 물가를 보면, 농·축·수산물이 지난해보다 10.6% 상승했다. 특히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출하량이 감소한 채소류 물가가 28.5% 급등해 상승률이 가장 컸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10.2%, 6.4% 상승했다. 채소·과일·생선 등 주요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5.8% 올랐다.
공업제품은 0.4%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1.4% 올랐지만, 낮은 국제유가 때문에 석유류가 지난해보다 10% 떨어졌다. 저유가 영향을 받는 전기·수도·가스 가격도 4.4%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는 0.3%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고등학교·유치원 납입금 지원 확대 정책으로 공공서비스 가격이 1.8% 하락했다. 개인서비스는 1.1% 올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 물가는 0.5% 오르는 데 그쳤고, 외식 외 물가는 1.5% 상승했다.
집세는 0.3% 올랐다. 전세가 지난해보다 0.4% 올라, 지난해 4월(4%)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월세도 0.2% 상승했다. 전세는 5월부터 넉달째, 월세는 6월부터 석달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보다 0.8% 상승했다. 지난 4월(0.3%)부터 매달 상승률이 소폭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0.4%로, 7월(0.4%)과 같았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물가 조사 품목 460개 가운데 지출 빈도와 비중이 큰 141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0.5% 올랐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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