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자신의 기존 의사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 앞서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은 물론 대학등록금 지원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정치권과 협의 과정에서 뒤집은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차단 조직을 강화한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불법행위 등에 대응하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대응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되며 시스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모델로 국토부 산하 조직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지난 8월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이날 결정과 전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당시 그는 “개인적으로는 감독 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부처 간 조율을 통해서 오랜 기간 준비하는 것보다는 국회를 통해 제출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의 입장대로 부동산 시장을 감독하는 기구를 세우는데 국토부는 적극적이었지만, 기재부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홍 부총리는 국토부와 협의 과정에 대해서도 “협의 초기 단계이고, 정부 입장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국토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의 의사가 번복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관련해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 ‘소득 하위 70%’를 고집했지만,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뒤집혔다. 또 코로나19로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등록금을 일부 반환한 대학 지원과 관련해서도 애초 반대 의사였지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과정에서도 재현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에 준하는 수준까지 이르자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3차 추경으로 마련된 고용안정지원금 등의 집행이 우선이고, 사회적 거리두가 3단계로 격상된 뒤 검토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재난지원금을 ‘맞춤형'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히자, 같은 날 <한국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거리두기(단계)가 올라갔기 때문에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며 2차 재난지원금 마련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홍 부총리가 애초 밝힌 것과 달리 결정이 되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 주요 관계자의 발언에 따라 시장이 반응하기 떄문에 메시지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애초 발언이 자꾸 번복되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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