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긴 지갑처럼 가로로 접는 갤럭시Z폴드2, 조개처럼 위아래로 닫히는 갤럭시Z플립과 모토롤라 레이저 폴더블에 이어, 이번엔 가로본능 듀얼 디스플레이 모델이 등장했다. 쥐기 편한 ‘직사각형 유리판’ 형태의 스마트폰 일색이던 시장에 새로운 디자인들이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엘지(LG)전자가 14일 밤 공개할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엘지 윙’(가칭)을 소개하는 초대장의 영상. 엘지(LG)전자 제공
■ LG, 가로본능 스마트폰
엘지(LG)전자는 2일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엘지 윙’(가칭)을 오는 14일 밤 11시 온라인 공개한다고 밝혔다. 엘지전자가 이날 글로벌 미디어에 보낸 동영상 초청장에는 해당 제품의 기본 형태가 소개돼 있다. 전면 디스플레이가 회전하면 아래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나타나 2개의 디스플레이에 연결된 영상이 표현된다. 티저 영상에서는 ‘+’ 형태로 표현되었지만 실제 제품은 T자 형태의 듀얼 디스플레이로 나올 예정이다. 2004년 삼성전자가 출시해 인기를 끈 ‘애니콜 가로본능폰’과 유사한 형태로, 국내에는 다음달 초 출시 예정이다. 앞서 엘지전자는 올 2분기 실적발표회(IR) 당시 “1000달러(약 120만원) 이상 가격대에서 차별화된 폼팩터 제품 출시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객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에서 T자 듀얼 화면은 멀티태스킹에 유리하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메인 화면과 보조 디스플레이를 갖추면 동영상을 보면서 채팅을 할 수 있고 게임을 하면서 맵(Map)을 띄우거나 조작 패널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엘지전자가 출시한 듀얼스크린 스마트폰이 작년에 100만대가량 판매될 정도로 시장 수요가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삼성 갤럭시제트Z폴드2 언팩 파트2(Samsung Galaxy Z Fold2 Unpacked Part 2)' 온라인 행사를 열고 갤럭시Z 폴드2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작보다 커진 7.6형의 메인·6.2형의 커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Z폴드2'의 세부 사양과 사용자경험(UX) 등이 공개됐다. 사진은 이날 행사에서 갤럭시Z 폴드2를 소개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마케팅담당 빅터 델가도(Victor DELGADO). 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 삼성, 폴더블폰 4종 ‘시장개척’
삼성전자는 지난 1일 밤 온라인 ‘갤럭시언팩2’를 통해 세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의 세부사양을 공개했다. 1년 전 출시한 갤럭시폴드의 후속모델로 가격은 전작과 같은 239만8000원이나, 성능과 사용성이 크게 개선됐다. 플라스틱 디스플레이가 초박형 유리로 바뀌었고, 접었을 때 화면은 4.6인치에서 6.2인치로, 펼쳤을 때 크기가 7.3인치에서 7.6인치로 커졌다. 화면을 펼쳤을 때 카메라 구멍빼곤 디스플레이로 전면을 채워 화면 활용도를 높였다.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며, 끌어서 놓기(드래그 앤 롭) 기능으로 앱 간에 텍스트나 이미지를 복사해 붙이거나 옮기기 편리하다.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Z폴드 5G’ 모델도 추가하며 폴더블폰을 4종류로 확대했다. 2019년 4월 갤럭시폴드 출시 직전 화면접힘 불량이 보고돼 출시 지연 문제를 겪었지만, 삼성은 후속모델들을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한 선두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폴더블폰은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30일까지 약 174만대가 출시됐는데, 삼성이 그중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화웨이와 모토롤라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폴드 5G’. 삼성전자 제공
■ 스마트폰 디자인 획일화와 다양화
스마트폰 디자인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지향점이 뚜렷했다. 디스플레이를 빼곤 베젤, 카메라 구멍과 주변공간(노치) 모두 축소와 제거 대상이었다. 획일적이던 스마트폰 디자인이 최근 다양해지는 배경은 스마트폰의 고성능화와 더불어 이용자 요구 자체가 다채로워져서다. 강력해진 스마트폰이 다른 도구를 대체하면서 화면 시청과 문자 기능을 넘어서는 멀티태스킹 요구가 생겨났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도가 폴더블폰과 듀얼 디스플레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폼 팩터의 성공은 가격 대중화와 무게, 내구성에 달려 있다. 시장에선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에스케이(SK)증권은 2일 펴낸 보고서에서 “폴더블폰은 내년부터 패널 공급선 다변화, 수율 향상, 규모의 경제 효과 등으로 1000~15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올해 350만대의 시장이 내년 1500만대, 2022년 4000만대의 시장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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