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등 금융기관장들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등 민간금융 대표들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을 동원해 ‘정책형 뉴딜펀드’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과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뉴딜인프라펀드’를 조성한다. 뉴딜인프라펀드에는 재정이 후순위채로 들어가 사실상 원금보장을 해주고, 2억원 투자금까지 배당소득에 9%만 분리과세하는 세제 혜택까지 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 세가지 펀드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2021~2025년 총 7조원을 출자해 모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연기금이나 은행, 국민 등 13조원의 민간자금이 참여하도록 해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출자한 모펀드와 민간자금이 매칭 형태로 참여해 자펀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때 모펀드는 후순위 출자 형태여서 민간 투자 금액의 손실 위험은 거의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펀드가 자펀드에 평균 35% 후순위 출자해 그만큼 손실을 흡수할 수 있어 (민간에) 사실상 원금 보전 효과가 있다”며 “목표수익률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고채보다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고채 수익률은 3년 만기 0.923%, 10년 만기 1.539% 수준이다. 사실상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꼴이다.
한국판 뉴딜 관련 인프라에 50% 이상 투자하고 공모형으로 조성되는 뉴딜인프라펀드도 육성할 계획이다. 형태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자펀드인 ‘정책형 뉴딜인프라펀드’와 민간만이 참여하는 ‘민간 뉴딜인프라펀드’ 두가지다. 뉴딜인프라펀드에는 2억원 이내 투자금에 대해 9% 분리과세 혜택을 줘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세제 혜택은 애초 1억원 이내 투자금에 분리과세를 적용하려던 계획에서 더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뉴딜인프라펀드의 투자 대상으로 디지털 뉴딜의 데이터센터와 스마트공동 물류센터, 그린 뉴딜의 수소충전소, 육상·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등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투자 대상이 대기업에 쏠릴 우려도 나온다. 수소충전소 사업은 현대차나 효성중공업,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이 주도적으로 준비 중이다.
또 금융기관이 스스로 뉴딜 투자처를 발굴해 ‘민간 뉴딜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 뉴딜펀드의 투자처에서 민원이 발생하거나 규제로 가로막힐 때 신속히 해결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대상으로 민간 펀드가 조성되면, 프로젝트 개발의 현장 애로를 해소해줄 지원단을 꾸리는 식이다.
이날 정부 발표와 관련해 투자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 조성 계획부터 밝혀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강동익 부연구위원은 “민간 참여를 유도하려고 세제 혜택을 준다지만, 민간 참여가 이뤄지려면 투자처가 마련돼 수익률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세제 혜택으로 활성화를 유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녹색금융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뉴딜펀드는 그때보다 강력한 세제 지원 혜택을 줬고 투자 대상 범위도 크게 열어둬 더 잘 작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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