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0.2%)보다 1.3%포인트 낮은 -1.1%로 하향 조정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8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민간소비와 수출이 크게 위축돼 -1.1%의 역성장을 기록하고,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제한된 수준에 그치면서 3.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1.3%, 엘지(LG)경제연구원은 -1.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8%, 현대경제연구원은 -0.5%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한 해 두차례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이례적인 경제 위기나 회복 시기에는 별도 전망을 내놓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과 2009년,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던 2012년에 부정기 경제전망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따른 민간소비와 수출 부진이 주된 원인이었다. 보고서는 민간소비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된데다 경기부진으로 소득도 감소해 4.6% 하락하고, 내년에도 2.7% 반등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역시 상반기 큰 폭으로 위축됐다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속도가 더뎌 올해 4.2% 감소한 뒤 내년 3.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기저효과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으로 올해 각각 4.2%, 1.1% 늘어나고, 내년에도 4.8%,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취업자 수는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돼 2020년 15만명 줄어든 뒤 내년에 15만명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올해와 내년 4.0%, 4.1%로 지난해(3.8%)보다 높아질 것으로 점쳐졌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상반기보다 경기 하락폭이 크고 회복도 늦어지고 있다”며 “민간소비 회복이 쉽지 않고, 수출도 상반기 전망보다 안좋아 (5월 발표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주체별로 코로나19 영향이 상당히 달라 피해 집중 계층에 경제적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에 따라 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정규철 실장은 “이번 전망치는 9월에 코로나가 잦아들고 4분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 이하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나온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진행되면 성장률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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