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업소 유리벽에 매물 광고가 붙어져 있다. 한겨레 자료
가계의 국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주거 관련 지출의 비중이 14년만에 가장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가계가 전반적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가운데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필수적 지출인 주거비용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분기 가계의 임대료 및 수도 광열 최종소비지출액이 가계 국내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69%로 지난 2006년 3분기(18.81%)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에 22.11%로 가장 높았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계가 허리띠를 조이지만 수요가 비탄력적인 주거관련 지출은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코로나19로 올해 가계 소비도 위축됐다. 국내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223조4914억원)에 견줘 올해 1분기(209조1331억원)에 6.4% 감소했다. 2분기(214조2134억원)에는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 4분기보다는 4.2% 적은 수준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계가 문화·스포츠·오락 부문의 지출을 먼저 줄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대료 및 수도 광열 지출은 2분기에 40조393억원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40조원을 넘어섰다. 전·월세 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1분기 대비 3.2% 증가했다. 가계의 주거관련 지출에서 임대료가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여기에는 자가주택에 대한 귀속임대료도 포함된다. 자가 부동산에 소유자 스스로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간주해 산출하는 것이다. 전·월세와 수도요금, 전기요금, 관리비도 주거에 드는 비용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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