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보유 계열사 지분 가운데 약 18%는 대출을 위해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는 “9월 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의 총수 일가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유 주식의 17.9%를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담보 비중은 2017년 말 12.3%에서 5.6%포인트 상승했고,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치(9월18일 종가 기준)도 9조206억원에서 14조8328억원으로 64.4%(5조8122억 원) 증가했다.
시이오스코어는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제공 사유를 경영자금 확보와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 등이라고 봤다. 시이오스코어는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재산권만 담보되고 의결권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경영권을 위협 받을 수 있고 소액 주주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총수 일가의 주식 담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으로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의 96.2%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2017년 말(90.4%)에 비해 5.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외에 롯데(65.1%), 금호석유화학(61.6%), 한진(55.6%), 유진(55.4%), 현대중공업(51.8%) 등이 보유 주식의 50%를 담보자산으로 제공했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대림, 네이버, 넷마블 등 12개 그룹은 총수 일가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없었다.
개인 대출 목적으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이들 중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3515억원으로 담보 규모가 가장 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564억원)과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1945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340억원)도 담보대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