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실질 성장률 하방 위험
가계와 기업의 부채 증가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주의’ 수준으로 높아진 탓에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4.5% 감소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24일 한은은 ’금융안정상황(9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졌는데도 대출이 늘고 자산가격이 크게 올라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민간대출과 금융기관 건전성 지표를 종합해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평가하는 새 금융안정지수(FSI-Q)는 지난해 4분기 64.1에서 올해 2분기 70.1로 상승했다. 이 지수가 66을 넘으면 ‘주의’가 필요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이런 금융여건의 취약성을 반영해 한은이 ‘성장률 하방위험’(GaR)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향후 1년간 실질 지디피가 4.5% 감소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취약의 주요 요인으로는 민간부채 누적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험이 꼽혔다. 민간의 빚은 나라경제 규모의 두배를 넘어섰다. 2분기 말 가계·기업 부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6.2%로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래 가장 높다. 한은은 “과거와 달리 경기는 둔화하고 있는데 민간부채가 늘면서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2분기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6.5%로 7%포인트 높아졌다. 통계가 작성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다. 자영업자 매출 감소와 고용사정 악화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큰데도 원리금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으로 신용위험은 아직 표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여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시중 유동성의 자산시장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금융위험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