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 고용 보호와 분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전염병이 통제된 이후 본격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의 효율적 집행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이견도 제기됐다.
8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한국경제학회가 공동개최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 토론회에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과거 위기 때와는 달리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는 재난지원금 등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이번에도 악화했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과거 위기 때와는 달리 나아졌다. 다만, 1차 재난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피해여부와 무관하게 가구(또는 개인) 단위로 일정금액이 일괄지급돼 자영업자의 구제는 다소 미흡했다고 홍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활용은 세계 각국의 공통된 흐름”이라며 “주요국 대비 우수한 우리나라의 재정여력을 활용해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인호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재정건전성 훼손을 우려했다. 이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경제규모로 볼 때 소비수요 시장이 경기를 부양할 정도로 충분치 않다”며 “재정지출이 국내 소비에 치중될 경우 재정건전성 훼손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회복 뒤 세수증가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는 투자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판 뉴딜의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디지털뉴딜에서 인공지능 도입과 같은 기술혁신은 그 자체로는 되레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무리하게 숫자 상의 고용을 늘리려는 시도는 자원의 분배를 크게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린뉴딜의 경우도 친환경 기술의 산업현장 적용이 어떻게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열린 주제발표에서 한홍열 한양대 교수는 경기지표에 연동해 자동적으로 재정이 집행되는 ‘한국형 재정부양 준칙’ 도입을 제안했다. 한 교수는 “예를 들어 실업률 갭(자연실업률과 격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저소득층 이전지출이 늘어나는 식으로 ‘재정의 자동안정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영세사업체에 대한 휴업수당 지급과 사회보험료 지원 등 과감한 고용유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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