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김용범 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범위를 종목당 주식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국정방향인 자산소득 과세 확대 방침에 따라 3년 전 결정된 사안이지만,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주식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시행 유예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에 밀려 ‘과세 형평성 제고’라는 국정 목표를 저버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결정한 것은 2017년이지만 그사이에 금융세제 변화, 코로나19 사태 등 변경된 사정이 있다”며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대주주 요건 완화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올해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3년부터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5천만원이 넘는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큰 변화가 생기므로, 그 전에 굳이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책 결정에서 동학개미라고 일컫는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조속한 시일 내에 당정협의를 통해 관련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해봐도 3억원으로 확대는 당초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시행 유예에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일 ‘가족 합산 3억원’을 ‘개인 보유 3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견해와 같은 수준”이라면서도 “앞으로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사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여야가 합심해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시행 유예를 강행할 수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를 막을 태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시행령에 규정된 대주주 요건을 상위 법령인 소득세법으로 끌어올려 ‘개인 기준 10억원 이상’으로 못박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자산 과세 확대 후퇴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주식 보유액 3억원 이상이면 과세 대상이 9만명 정도로, 종합부동산세처럼 상위 1%만 해당되는데 ‘동학개미’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과세 기반을 그렇게 상실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주식 양도차익 전면 과세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애초 양도차익 2천만원까지 비과세하기로 했지만, 주식투자자들이 반발하자 당정협의에서 5천만원으로 공제액이 늘어난 바 있다. 여당이 일부 반발 여론에 휘둘려 과세 형평 원칙을 쉽게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경미 성연철 이지혜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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