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한 현대·기아자동차가 국정감사에서 사실과 다른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정책조정팀장)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대자동차가 (해외) 모든 나라에서 신차와 동시에 중고차를 하고 있다”며 “신차 못지않게 중고차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브랜드가 자국과 수출국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외국 브랜드가 자국에서도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느냐”고 다시 확인을 요청하자 “각 자국 내에서도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와 중고차 판매 사업을 모두 하는데, 현대·기아차만 국내에서 중고차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무 발언의 내용은 실상과 거리가 있다. 한국은 주요 자동차 시장 중에서 제조사가 직접 소매판매 사업을 하는 몇 안 되는 곳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다른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독립법인으로 구성된 딜러망을 통해 신차·중고차를 판매한다. 소매 가격 결정권과 판매 마진 등을 모두 딜러가 갖는다. 한국에서만 중고차 판매 사업에 제한을 받는다는 현대·기아차 주장에는 절반의 진실만 담긴 셈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다수 주에서 자동차 제조사의 직접 판매와 정비 사업을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거래 행위”로 보고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직접 판매를 방침으로 삼는 테슬라가 미국에서 연이은 소송에 휘말린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외 시장에서 제조사가 직접 판매를 하는지 안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중고차의 가치 산정을 제조사가 직접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비자 후생 개선을 위해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 전무는 국감에서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저희 완성차가 반드시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산업은 신차 제조·판매와 정비를 모두 사실상 한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정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클 뿐더러, 제조사 쪽에서 판매 직영·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물량을 할당하는 등의 부작용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판매되는 국산차 중 현대·기아차 비중은 최근 80%가 넘는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20여년간 자동차 시장을 연구해온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제조와 판매, 정비까지 모두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완성차 업체에 중고차 판매를 허용하면)단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개선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과점 현상 심화에 따라) 신차·중고차 값이 모두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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