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 강세)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3월 1285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급락세를 이어가며 113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커진데다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5원 내린 1131.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3월22일(1130.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24원 하락했다. 하루 평균 하락 폭이 2.9원으로 9월 평균 하락 폭(0.9원)의 3배를 넘었다.
미국의 2조2천억 달러 규모 추가 경기부양책 타결 가능성이 커지고 최근 중국 경제 회복으로 위안화도 강세를 지속한 점이 원화 환율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집행하면 달러 공급량이 많아져 달러 가치가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내수 시장이 살아나면 한국 원화 가치도 위안화를 따라 강세를 띤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 3월 달러당 7.16위안에서 6월말 7.0위안으로 3개월 동안 큰 변화가 없다가 7월말 6.9위안, 이달 20일 6.67위안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중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영향이다. 위안-달러 환율이 6.67위안대에 거래된 건 지난 2018년7월26일(6.79) 이후 2년 만이다.
외환 이코노미스트들은 대체로 원화 강세 추세를 전망하면서도 최근 급격한 변동폭 확대에 따른 숨고르기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다른 국가와 견줘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중국과 한국은 장기적으로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위안화와 원화 둘 다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120원∼1130원 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진 케이비(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국내 수출 회복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고 중국도 위안화 강세 속도를 조절하는 조치를 취한 만큼 추가 강세보다는 연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0일 위안화 환율 안정성을 강조하며 외환선물 거래에 쓰이는 증거금을 폐지했다.
미 대선 등 굵직한 변수도 환율 속도조절을 전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론 미 달러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당장은 미 대선 불확실성과 유럽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유로화 약세 등으로 달러화 약세 속도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전망과 중국 정부가 환율을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위안화 절상 기조는 최소 6.28위안까지 내려갈 여지가 있다.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당선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가능성과 중국 경제의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 중국 정부의 이른바 ‘쌍순환’(수출·내수) 부양책이 위안화와 원화 절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