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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자동차 회장과 기업 ‘이사회 지휘부’

등록 2020-11-03 10:45수정 2020-11-03 11:13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년 10월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민간위원으로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수장에 오른 정의선 회장의 첫 공식 행보였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년 10월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민간위원으로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수장에 오른 정의선 회장의 첫 공식 행보였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14일 오전 국내 재벌 2위인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3곳(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에서 긴급 임시 이사회가 동시에 열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994년 과장으로 입사한 지 26년 만에 아버지로부터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회장은 그룹 총수일 뿐 법률(상법) 직함은 아니다. 온전한 그룹 지배권 행사를 위해 주요 계열사의 주식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승계 과정이 더 남아 있지만, 현대차그룹 3세 경영체제가 최종 완성됐다. 정 회장의 만 50살 생일(10월18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열린, 회장 승진을 위한 이사회였다. 정식 직함은 ‘대표이사 회장’이다.

현대차 고위 임원에 따르면, 정 신임 회장이 2년 전 수석부회장을 맡을 때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수석’을 달지 말고 바로 회장을 맡으라고 했는데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일은 다 맡아 하겠지만 아버지가 계시니 회장 직함은 부담스럽다’며 고사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정몽구 명예회장이 ‘언제까지 수석부회장으로 있을 거냐. 회장을 맡아야 회사가 잘 굴러간다’고 재촉해 결국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업 이사회에 올라가는 안건은 보고안건과 의결안건으로 구분된다. 보고안건은 경영실적 보고가 주를 이루는데 ‘이사회 의장 또는 회장이 보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포함된다. 이번 회장 선임은 심의·의결이 아니라 보고안건이었다.

현대차 쪽은 “임시 이사회에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고, 각 회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3월에 이미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 동시에 오른 정 이사회 의장이 스스로 자신의 회장 선임을 ‘보고’한 셈이다.

회장 선임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회사 쪽 설명대로, 정 회장 체제에서 현대기아차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재벌 대기업에서 ‘이사회’의 역할과 기능을 새삼 돌아보려는 것이다.

우리는 거대 법인기업 체제에 살고 있지만, 그 경제권력 세계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회장의 가정생활, 개인적 건강 상태, 기업가정신 등은 대개 장막에 가려져 있다. 그 거대 법인기업을 움직이는 지휘사령부는 이사회다. 마천루 사옥 꼭대기 층에서 정기·임시로 열리는 이사회 장소는 주의 깊게 방어된 채 ‘비밀의 방, 위대한 방’으로 불린다.

자동차는 ‘산업의 총화’라고 한다.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를 고려하면 수만 개 부품 협력업체와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소득 창출 측면에서 ‘정의선 회장 체제’가 경제·산업에 미칠 파급 영향은 그 어떤 업종에 견줘도 작지 않다.

자동차기업이 경제적 매출·이익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떠맡아야 할 책무 역시 크다. 부분적으로는 국민이 낸 세금이 자동차 관련 각종 물적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을 위해 방대한 영역에서 투입되기 때문이다.

전기차·수소차에 막대한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이 보조금으로 투입되고, 국가가 전국 각지에 건설하는 도로망이며 각종 도로 신호체계, 나아가 자동차 구매에 붙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상징적이다.

거대 기업 이사회에서 국민 경제성장과 고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인내심 있는 장기투자도 결정되지만,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횡행해도 묵인하기 일쑤였다. 오너 일가가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를 활용해 기업을 지배해온 관행을 혁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는 소식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조계완 <한겨레>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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