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이 4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탈세혐의 개인·법인사업자 38명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기업자금을 사주 가족의 호화생활과 유학비용에 쓰거나 현금·골드바 거래로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를 포착하고 탈세 혐의자 3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국세청은 “코로나19로 대다수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일부 계층이 기업자금을 사주 개인 목적으로 유용한 사례를 파악했고, 현금과 골드바 거래를 통한 음성적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세무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6명은 개인 사업자로 이들의 평균재산은 112억원에 이르렀다. 부동산 자산이 52억원, 주식 자산이 59억원이었다. 나머지 32명은 법인 사업자로 이들의 평균재산은 1886억원이었다. 현금 탈세 혐의자에는 대부분 변호사·세무사·관세사 등 공직 경력이 있는 전문직과 의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조사 사례를 보면, ㄱ회사는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20억원대 최고급 골프빌리지를 취득한 뒤, 사주 가족이 독점 사용하도록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의 해외 현지법인에 대여금 명목으로 자금을 유출해, 이를 사주 자녀의 유학·체재비로 쓴 혐의도 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ㄴ회사는 코로나19로 해외골프여행객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ㄴ회사는 그린피 등 현금결제 고객들에게 영수증 발급을 하지 않고 현금매출을 감추고, 직원 급여 허위계상, 자재 허위 매입 등으로 비용을 부풀려 소득을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 사주는 비상장주식을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혐의도 있다.
국세청은 앞서 비슷한 탈세 혐의로 조사해 세금을 추징한 사례도 소개했다. ㄷ회사는 5억원 상당의 고가 스포츠카 2대와 2억원 상당의 고급호텔 회원권을 법인 명의로 취득한 뒤 사주 가족이 독점 사용하도록 제공했다. 유명 연예인 ㄹ씨는 가족 명의로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소유 고가 외제차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소득을 축소신고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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