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유행했던 3월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떨까?
질병을 한번 경험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3월에는 처음 접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포에 질렸고, 그 두려움이 경제활동 전면 봉쇄로 연결됐었다. 지금은 경제 봉쇄가 질병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과거처럼 과격한 대응을 하긴 어렵다. 주식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걸 봤기 때문에 주식을 팔기보다 참고 견디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백신 개발이 눈앞에 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차 확산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만이 코로나19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생각이 확고해졌다. 주식시장에서도 ‘백신 개발=코로나19 종식’이란 믿음이 강해져 질병의 부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반면 높은 주가는 부담이 된다. 3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주가 하락을 통해 희석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2차 확산에 따른 영향이 주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아 주가가 갑자기 하락하는 등 변동이 커질 수 있다.
2차 확산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되돌릴 방법이 딱히 없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은 더는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 처지가 아니다. 유럽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둔화가 분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12월로 대책 수립을 미룰 정도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상태다. 시장이 유일하게 기대하고 있는 게 미국의 5차 경기 부양대책인데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주식시장에서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질병과 관련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내년 1월까지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정부는 취임식이 있기 전까지 코로나19가 통제권 내에 들어오기를 원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책에 묶여 정책 추진이 늦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취임식 전까지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해 신규 환자 수를 적극적으로 줄이려 할 경우 미국 경제는 지난 3월처럼 짧고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한번 경험한 일에 똑같은 형태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코로나19에도 적용된다. 3월에 질병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걸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주가가 다른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질병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1차 하락한 다음, 경제적 손실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2차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시장이 급락했을 때에도 코스피가 2260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두 번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그 정도로 마무리됐는데, 앞으로는 질병으로 4분기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하는 걸 확인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ㅣ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