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앞에서 주주 제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밝히는 모습. 금융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케이비(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금융권 최초로 주주 제안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단 반대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오는 20일 케이비금융 주주총회를 앞두고 케이비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선임 안건에 반대하라는 보고서를 고객사들에게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 자문을 받는 기관이다.
앞서 케이비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이사회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경력을 갖춘 전문가가 없다며 지난 9월 두 사람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금융지주 경영진 영향력이 강한 금융권에서 주주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건 케이비금융이 처음이다. 그러나 케이비금융 이사회와 국외 의결권 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는 ‘이사회에 이미 관련 위원회가 있고 좋은 평가도 받고 있다’며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반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같은 이유를 들었고 이에 덧붙여 케이비금융의 노사 대립도 근거로 삼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근로자 주주의 이사 후보 추천’ 안건은 △회사의 지배구조 수준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 △노사관계 △위임장 경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찬성할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자체 가이드라인에 적힌 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고 최근 케이비금융의 노사 관계와 위임장 경쟁 상황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사주조합과 케이비금융이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과 반대를 하는 주주들에게 각각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보이자 근로자 추천 이사 안건이 주주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케이비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추천한 후보들은 노사 관계 전문가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 전문가들이라 노조를 대변할 이유가 없다”며 “이런 사실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쪽에도 충분히 설명했는데 이런 결정이 나와 유감”이라고 밝혔다.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도 “사외이사는 그 속성상 비밀 엄수 의무 등 각종 법적 책임을 지고 기업의 장기 이익에 복무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가 어렵다. 도리어 다양한 이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면서 경영 투명성과 논의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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