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엔에이치(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한시적으로 주택 관련 대출 기준을 강화한다. 각종 건전성 지표의 기준이 되는 연말 실적 마무리를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 증가세를 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엔에이치농협은행은 지난 9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의 적용 기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현행 100%에서 80%로 낮췄다고 11일 밝혔다. 디에스아르는 차입자가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신규 대출 포함)을 그가 벌어들이는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3천만원인 차입자가 기존에 가진 대출금 2천만원에 더해 추가로 대출을 받으려 한다면 디에스아르 기준이 100%일 땐 최대 1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80%일 땐 최대 4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농협은 오는 12월31일까지 디에스아르 기준을 80%로 유지하기로 했다. 농협 관계자는 “가계대출 속도 조절 차원에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하는 조치이고 내년 첫 영업일인 1월4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기존 고객에게 120%를 적용하던 디에스아르 기준을 100%로 낮췄다. 이전에는 신규 고객에게는 100%, 기존 고객에겐 120%를 적용했지만 이를 같은 기준으로 맞춘 것이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달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일부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하나은행은 이달 16일부터 다른 주택 관련 대출 상품보다 대출 한도가 높은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의 신규 취급을 한시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임대인 소유권이 이전되거나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감액 조건으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다른 은행에서 이미 전세대출을 받고 우리은행으로 갈아타려는 경우 등에 한해 신규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은행은 경찰청과 협약한 케이비무궁화신용대출과 집단신용대출 디에스아르 기준을 70%에서 40% 이내로 지난달 16일 조정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이유는 각종 건전성 지표의 기준이 되는 연말 실적 정산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관리 기준을 보면 시중은행은 신규 대출액 가운데 위험대출(디에스아르 7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을 15% 이내로, 고위험대출(디에스아르 9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을 1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올해 주택가격 급등으로 관련 대출 수요가 특히 빠르게 늘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총량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케이비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엔에이치농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초 610조원에서 지난달 말 657조원으로 늘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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