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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행장 두 번 연임해도 재임 기간 고작 4년…지주사 눈치보기·단기 성과주의 우려

등록 2020-11-12 18:35수정 2020-11-12 19:13

허인 국민은행장 ‘2+1+1’ 연임해 4년째 임기
지주사 체제 본격화 뒤 은행장들 임기 짧아져
한겨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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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오는 13일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허인 케이비(KB)국민은행장의 재임 기간이다. 2017년부터 국민은행장을 역임한 허 행장은 지난해 한 차례 연임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새 임기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1년(2021년12월 종료)이다. 모두 합쳐 4년밖에 되지 않는 임기가 왜 세 번이나 쪼개진 것일까.

케이비(KB)금융지주는 12일 주주총회를 열고 허 은행장을 케이비국민은행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케이비국민은행은 케이비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여서 지주사 동의만으로 은행장 선임이 가능하다. 윤종규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이 이사로 참여하는 케이비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허 행장이 지난 3년간 은행장으로서 안정적으로 국민은행을 이끌어 왔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 성장으로 리딩뱅크를 지켜나갔다”며 지난달 그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1961년생 허 행장은 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본부장과 경영기획그룹대표 전무, 영업그룹대표 부행장 등 국민은행 내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5대 금융그룹 행장 임기는 통상 2년 임기를 보낸 뒤 경영성과에 따라 1년 더 연임하는 ‘2+1년’ 임기로 구성된다. 4년을 근무한다 해도 최소 한 차례 이상 연임에 성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7년말부터 2019년말까지 재임한 이대훈 전 엔에이치(NH)농협은행장은 1년 임기를 ‘1+1+1’로 두 번 연임했고 2017년부터 재임한 허 행장도 이런 식으로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선임된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임기는 2년이고, 올해 취임한 손병환 농협은행장 임기는 2년이고 권광석 우리은행장 임기는 1년이다. 4명의 행장 모두 연임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한 차례 연임하더라도 재임기간은 2∼3년에 그친다.

행장의 임기 쪼개기는 2010년 이후 금융지주사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나타났다. 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를 지주사 아래로 모으면서 표면적 권력은 지주사가 가지게 됐지만 실제 권력인 금융자산은 여전히 은행에 집중돼 있어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 인사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2015년부터 각 지주사들이 ‘지주사 회장과 행장 임기를 맞춘다’, ‘성과 평가 주기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행장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깎은 뒤 ‘2+1’ 연임 방식이 자리 잡았다. 지주사 회장 임기는 3년이다.

이런 조처로 은행장 거취는 사실상 금융지주사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5대 은행 모두 금융지주사의 100% 비상장 자회사여서 금융지주사가 계열사 임원 추천위원회를 통해 행장 후보를 낸다. 은행 산하에 ‘은행장 추천위’가 있긴 하지만 지주사가 낸 후보를 검증하는 역할에 그친다. 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지주사 선택에 달려 있어 지주사 신임을 얻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 행장 임기를 마친 뒤 지주사로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장을 거친 뒤 2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고 함영주 전 하나은행장은 채용 비리 논란으로 행장을 그만둔 뒤에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이대훈 전 엔에이치농협은행장은 올초 1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곧이어 농협지주사를 이끄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바뀌자 1개월여만에 행장직을 내려놨다. 은행장과 지주사 경영진이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은행권 안팎에선 잦은 행장 인사로 ‘지주사 눈치보기’와 단기 성과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영주 부산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금융지주사는 은행 등 주요 계열사 경영 실적에 좌우되는데 그 수장의 임기가 1∼2년에 그치면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하기 어렵다”며 “선임 횟수가 잦을수록 ‘지주사가 언제든 계열사 대표를 교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져 계열사 경영 안정성은 떨어지고 지주사 권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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