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정경제를 강조하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부담 완화를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심사자료를 보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기준인 세후영업이익을 회사 전체 기준 혹은 사업부문별로 재량껏 택할 수 있도록 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22일 발의했다. 아울러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윤 의원 발의 내용과 함께 수출을 위한 국내 계열사간 거래도 일감 몰아주기에서 빼주는 개정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경우 현재는 대기업에 대해 ‘세후영업이익×(내부거래 비중-5%)×총수 일가 주식 보유 비율’로 계산한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과세 기준의 하나인 세후영업이익이 회사가 유리한 쪽으로 회사 전체나 사업부문 이익 가운데 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총수 일가의 세부담이 대폭 줄거나 사라질 수 있다.
국회나 기획재정부는 대표적으로 혜택을 입을 사례로, 내부거래 비중이 56.5%(2019년 기준)에 달하는 현대모비스의 주요 주주인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지분율 7.13%)과 정의선 회장(0.32%)을 꼽는다. 현대모비스는 크게 모듈·부품사업과 에이에스(AS)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현대차 계열사를 상대로 내부거래가 많은 모듈·부품사업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800억원 적자를 냈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한 에이에스사업은 1163억원의 이익을 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대모비스는 모듈·부품사업의 손실만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정몽구 명예회장 부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을 한 푼 안 내게 된다. 특히 지난달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향후 늘려나갈 수밖에 업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세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공동 경비나 수출 매출 조정 등을 통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회사의 공동 경비를 하나의 사업부문에 몰아줘 이익을 낮추거나, 수출 비중이 높은 사업부문을 제외한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만을 과세 기준으로 내세우는 식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과세당국이 법인의 내부 사업비 배분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워 일감 몰아주기 사업부문의 이익을 부당하게 낮춰도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의 개정안은 한발 더 나아가 수출 목적의 내부거래도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서 빼자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에 수출용 완성차 부품을 제공한 매출은 일감 몰아주기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김정우 민주당 의원(현 조달청장)이 2019년 9월 같은 내용으로 발의한 개정안을 논의했고, 정부는 반대했다. 당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일감 몰아주기) 세부담을 결정하는 증여이익은 법인 전체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한 법인의 영업이익은 여러 사업 부문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모인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간접 수출도 일감 몰아주기에서 제외하자는 안에 대해서는 “현대모비스 같은 경우 현대차에 공급하는 부품이 대부분 수출 차량용”이라며 “수출거래 목적을 빼고 나면 일감 몰아주기로 과세할 이익의 대부분이 다 면세가 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기재부는 이번에도 반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반대 입장을 밝혔고, 현재도 달라진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여야 의원의 개정안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실효성을 낮춘다는 지적도 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정책팀장은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고쳐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여당인 윤후덕 의원이 2년 연속 재벌 총수 일가의 과세 부담을 낮추는 법을 발의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호 의원 안대로 법이 고쳐지면 내부거래의 상당수가 빠져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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