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농림축산식품부가 철새 도래지인 청주시 흥덕구 미호천변에서 무인헬기를 동원해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을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가금농장에서 2년 8개월 만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해, 정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고 방역 강화 대책을 추진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전북 정읍시에 있는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철새 도래지인 충남 천안 봉강천의 야생조류에서 처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된 이후 36일 만이며, 국내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됐고,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지속해서 검출된다”며 “전국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방역 조처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고, 확산 방지 차원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농장 인근 3㎞ 이내에 있는 6곳 가금농장의 닭·오리 39만2천마리를 살처분했다. 발생 농장 반경 10㎞ 이내 가금농장 68곳의 290만5천마리에 대해서는 30일간 이동제한 조처를 하고 정밀검사를 한다.
이번에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유럽·일본 등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유형인 ‘에이치5엔8’(H5N8) 유형이다. 김현수 장관은 “농장 주변 철새 도래지 등 오염된 야생조류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며 “시베리아 등 북쪽에서 유입된 철새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추가 역학조사와 유전자 분석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해 “에이치5엔8형은 아직 인체 감염 사례가 파악된 것이 없다”며 “그렇지만 살처분 참여자는 예방 차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 체계로 전환하고 방역 조처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축산차량은 철새 도래지 통제구간에 진입을 금지하고, 농장·축산시설 방문 전 반드시 인근 거점소독 시설에서 소독을 해야 한다. 전국 가금농장은 가금류를 방사 사육하지 못하며, 전국 전통시장에서도 살아 있는 병아리(70일령 미만)와 오리 유통이 금지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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