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가도 못하는 신세’.
영세 소상공인들이 2021년 경영 환경을 바라보는 단어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소상공인들은 내년 경영전망을 묻는 사자성어로 ‘거주양난(去住兩難: 떠나는 것도 머무르는 것도 모두 난처한 상황)’을 꼽았다(27.1%).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영세 소상공인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도 낙관할 수 없고 대응방안 마련도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4일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자성어로 풀어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한 중소기업인들은 2020년 경영환경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다는 뜻의 ‘노심초사(勞心焦思)’를 선택(36.3%)했다. 코로나19 비상경제상황에서 경영위기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기업 유지를 위해 고민이 많았던 한 해로 진단한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이어 ‘전대미문(前代未聞: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일)’(23.3%), ‘풍우대작(風雨大作: 거센 비바람이 함께 쏟아짐)’(21.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중소기업인들의 올 한해 경영환경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2021년 경영 전망을 묻는 조사에서 중소기업인들의 가장 많은 선택(29.7%)을 받은 사자성어는 ‘토적성산(土積成山)’이다. ‘흙을 쌓아 산을 만든다’는 뜻으로, 작은 것이 쌓여 큰 일을 성취함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중소기업인들이 내년에는 내실경영으로 코로나 경영위기를 벗어나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소기업들의 내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전략은 ‘원가절감을 통한 내실경영(54.7%)’이 가장 많았고 ‘새로운 거래처 발굴(46.7%)’, ‘중소기업간 협력・협업 강화(26.3%)’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필요한 지원사항은 ‘채용・고용유지 지원(49.3%)’, ‘내수진작(42.0%)’, ‘환율 및 물가안정 대책 마련(27.0%)’, ‘규제완화(23.0%)’ 순으로 조사되었다.
조사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업종별, 기업규모별로 안배한 전국의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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