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좌읍 종달리 부둣가의 폐어판장을 개조해 만든 체험형 공연 식당 ‘해녀의 부엌’.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제주 해녀의 삶을 연극으로 공연하면서 해녀들이 채취하고 기른 제주산 해산물로 꾸민 메뉴를 제공하는 ‘해녀의 부엌’이 지역문화와 먹거리를 결합한 체험형 복합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6일 서울 인사동에서 ‘해녀의 부엌’을 ‘올해의 지역가치 창업가’중 거점브랜드 분야 최우수팀으로 선정해 명판을 수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해녀의 부엌’은 지난해 3월 제주 구좌읍 종달리 부둣가에 방치됐던 오래된 어판장을 공연장 겸 식당으로 개조해, 제주 해녀의 삶 등을 주제로 한 연극공연과 식사를 제공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예약 손님만을 받아 150여분 동안 ‘해녀 어멍’(어머니의 제주 방언)을 비롯한 해녀 이야기로 연극공연을 하고 해녀가 직접 잡은 해산물 요리 제공, 해녀와 손님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된다.
특급호텔이나 전통문화 체험관에서 고가로 제공되던 극장식 레스토랑 또는 문화체험형 식사를 제주만의 콘텐츠인 해녀의 인생과 해산물 요리로 만들어낸 ‘해녀의 부엌’은 새로운 형태의 지역밀착형 문화관광 체험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이용자들과 지역사회, 관광업계의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엔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제11회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의 960개 응모작중 대표 혁신벤처 사례로 뽑혔으며 에어비앤비는 ‘제주도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해녀의부엌’을 선정한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해녀의 부엌 김하원(29) 대표는 해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해녀들과 자라났다. 서울로 유학을 간 김 대표가 고향 제주의 어머니로부터 해녀들이 힘겹게 잡은 해산물이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게 ‘해녀의 부엌’ 출범 계기였다. 김 대표는 연극원 출신 동료들과 뜻을 모아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고 제주산 음식으로 메뉴를 만들어 제공하는 신개념 문화상품에 도전하기로 했다. 개장 뒤 예약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 높던 해녀의 부엌’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잠시 문을 닫기도 했지만 방역 지침을 지키며 인원을 축소해 영업을 하고 있다.
‘해녀의 부엌’에는 해녀 7명, 청년 7명이 일하고 있으며 연극 공연에는 모두 9명이 출연한다. 김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해녀의 삶을 주제로 한 4편의 ‘해녀 이야기’외에 내년 초엔 영상을 활용한 ‘부엌이야기’ 콘텐츠를 추가해 2개의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녀의 부엌에서 일하는 해녀들은 50살부터 89살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전에 45명 받던 예약을 현재는 방역을 강화해 30명까지만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구좌읍 종달리 부둣가의 폐어판장을 개조해 만든 체험형 공연 식당 ‘해녀의부엌’의 프로그램은 연극인들과 해녀들이 직접 공연과 해설을 진행한다. 해녀의부엌 홈페이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은 16일 오후 서울 인사동의 복합문화 공간인 ‘코트’에서 ‘올해의 로컬, 로컬에서 다시 찾은 가치’ 행사를 열어, ‘올해의 지역가치 창업가’를 선정해 발표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제공.
지역 특성과 소재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결합한 창업기업을 선정한 이날 행사에서는 ‘해녀의부엌’을 비롯해, 가평 잣을 이용한 ‘가평물안개’ 맥주를 개발한 '크래머리 브루어리', 제주 식자재로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재주상회', 담양의 대표 특산물인 대나무와 장어 가죽을 재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뮤지움재희' 등 7곳이 분야별 최우수팀으로 선정됐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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