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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지역균형 뉴딜이 ‘뉴’딜이 되려면

등록 2020-12-21 09:04수정 2020-12-21 09:27

[기고]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0월 정부가 발표한 ‘지역과 함께하는 지역균형 뉴딜 추진 방안’은 그 필요성을 “대부분의 뉴딜사업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점을 감안”해서라고 설명했다. 발표문에서는 “한국판 뉴딜의 성과를 전 지역이 공유할 수 있”도록 “수도권 인구 비중 증가 및 비수도권과의 지역내총생산 격차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국가균형발전 필요성”이 있어서 등등의 표현이 이어진다.

나는 여기서 결여된 것을 ‘성인지 감수성’에 빗대 ‘지역 인지 감수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역균형 뉴딜이라면 ‘지역과 함께하는’이 아니라 ‘지역이 주도하는’이 맞다. ‘뉴딜의 성과를 시골사람들도 나누자’, ‘수도권에 비해 못사는 지역을 생각하니 균형발전도 필요한 것 같다’는 식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발전은 더 이상 수도권 중심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역의 발전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지역균형 뉴딜을 하는 것이 아닌가?

접근 태도가 이렇다 보니 사업 방식도 구태의연하다. 정부주도 뉴딜은 주로 공모사업이다. 균형발전지표 가점 부여, 규제자유특구 지정, 맞춤형 컨설팅이 주요 내용이다. 지역주도 뉴딜에서는 보조금 인센티브 강화, 재정투자사업 심사 간소화, 지방채 초과발행 상시 협의, 교부세 지원,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지원 등이 핵심이다. 혁신도시 협업과제 발굴로 공공기관이 지역균형 뉴딜의 ‘거점’이 되겠다는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은 듣기에 허무하다. 어느 것 하나 새로운 것이 없다.

지역주도의 한국판 뉴딜이 명실상부하게 추진되려면 우선 시도 간 경쟁식 공모사업을 지양해야 한다. 공모사업에서 중앙은 돈을 들고 있는 갑이고, 지방은 그것을 받아가려고 아우성치는 을이다. 선정 과정에서 컨설팅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선정이냐 탈락이냐의 기로에서 당락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부처 간 칸막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각난 공모사업은 지역의 종합적 발전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래서야 지역주도라고 할 수 없다. 지방이 아이디어와 청사진을 제시하면, 중앙의 어느 부처들이 이 계획의 어떤 부분을 도와줄지, 각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은지, 그렇게 지역주도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한 번도 이렇게 해본 적이 없기는 하다. 그래서 ‘뉴딜’이라는 이름을 단 계획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도 간 경계를 그대로 둔 채로 경쟁을 통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지방은 전국을 다 합쳐도 인구는 수도권에 못 미치고, 경제력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서 또 경쟁을 해서 균형발전을 하자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걸 이미 아는 지역들은 서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행정통합과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균형 뉴딜은 유연한 광역권 발전계획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뉴딜’을 통해서 지역 간의 경쟁이 아니라 연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광역권을 넘어서는 교통망 확충이나 경제협력, 공동 관광자원 개발 등은 한국판 뉴딜이라는 기회가 아니면 개별 지자체들이 추진하기 어렵다. 이미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곳도 있고,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가능해진 특별자치연합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 과감하게 광역연계형 뉴딜사업을 지원할 때 지역균형 뉴딜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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