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연말 건전성 지표 점검을 앞두고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완화하고 기업대출과 비중을 맞추기 위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22일 케이비(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원칙적으로 2천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신규 가계 신용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규 대출이나 기존 대출의 증액 건이 2천만원을 넘는 경우 대출을 승인하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1억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 신청 건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는데 연말을 열흘 앞두고 추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신한은행도 23일부터 연말까지 영업점의 일부 대출 상품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 두 은행은 “서민금융 대출 상품은 계속 취급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지난 10월부터 잇따라 직장인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가계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일부 직장인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하나은행은 의사, 법조인 등 전문직 대출 기본 한도를 1억5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낮췄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연소득 8천만원 초과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2배 이내’로 제한했다. 이에 가계 신용대출은 지난달 말 133조6925억원에서 지난 17일 134조163억원으로 3238억원 느는 데 그쳤다. 지난달 4조8495억원, 10월 2조4563억원 늘어난 것에 견주면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가계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을 비슷하게 맞춰야 하는 사정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9월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위해 선제적으로 도입한 은행 신용위험 산출 개편안 ‘바젤3’는 은행의 기업대출 위험자산 가중치를 낮게 계산해 건전성지표인 비아이에스(BIS)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바젤3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4대 은행의 3분기 자기자본비율이 바젤3 도입으로 지난해보다 2∼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바젤3를 조기 도입한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여러 조건을 맞추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4분기 전체 대출 공급액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을 약 50∼6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은행들은 오랜 고객 관리가 필요해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기업대출 대신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막판 비중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계와 기업 대출 비중이 비슷하게 유지됐는데 하반기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면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바젤3 조기 도입이 지난 3월부터 예고된 만큼 이에 대응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준 미달 은행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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