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가계소득 개선이 미약할 경우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4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3분기말 명목 지디피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보다 7.4%포인트 높아진 101.1%로, 2007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를 웃돌았다. 여기에 기업 빚을 더한 민간 부채의 지디피 대비 비율은 211.2%로 16.6%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위기로 민간 대출은 가파르게 늘었지만 경제 성장률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가계의 소득 증가율도 둔화해 채무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3분기 가계부채(1682조1천억원)는 1년 전보다 7% 늘었지만 소득은 0.3%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빚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소득은 더디게 증가하면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1.3%로 10.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금융자산과 견준 금융부채의 비율(45.4%)은 되레 2.0%포인트 낮아졌다.
차입자(차주)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225.9%로 지난해 말과 견줘 8.4%포인트 상승했다. 저소득 차주의 엘티아이는 15.5%포인트 치솟아 328.4%에 달했다. 반면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35.7%로 2018년 말(39.6%)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대출금리가 내리고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길어져 당장의 상환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디에스아르가 70%를 넘는 차주의 부채 규모가 전체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상환 압박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의 부채 비중은 저소득층(69.2%)과 60대 이상(53.9%)에서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부채도 증가폭이 크게 확대돼 명목 지디피 대비 비율이 110.1%로 높아졌다. 3분기 말 기업대출은 1332조2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5% 증가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말 4.4배에서 올 상반기말 3.5배로 급락했다. 한은은 “실적회복 지연으로 기업의 유동성 사정이 나빠지거나 신용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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