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카트가 비어있다. 한겨레 자료
코로나19로 인한 출산율 하락이 새해 초부터 나타나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베이비붐’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30일 한국은행 거시재정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혼인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3~9월 중 혼인건수는 전년 동기와 견줘 12%(1만6천건) 감소했다. 임신 건수도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임산부의 병원진료비 지원을 위한 국민행복카드 발급건수가 4~8월 중 13만7천건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6.7% 줄었다. 지난 3월 이후 취업자 수 급감 등 고용·소득 충격이 20~30대에 집중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인가구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밥·혼술, 배달앱 등 비대면 생활방식이 확산돼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도 엷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비대면 생활방식이 20~30대 남녀간 초기 관계형성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결혼·출산 연령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살(2019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30.6살) 중 가장 높다. 보고서는 “일시적 출산연기가 영구적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로 출산 적령기를 놓칠 경우 자녀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집콕’으로 부부가 집안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공동육아가 확대되는 등 양육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은 출산율 하락을 일부 완화시킬 요인이다. 물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는 가계에 국한된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올해 2월말 이후 확산됐다는 점에서 출산율 하락이 새해 초부터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결혼 감소와 임신 유예를 감안하면 그 영향은 적어도 202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혼인율 감소는 1년 이상 시차를 두면서 지속적으로 출산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약 백신 접종 효과로 코로나 종식이 가까워진다면 일시적인 결혼·출산 유예가 풀리면서 출산율은 시차를 두고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재난이 종식된 이후 통상적으로 출산율이 급반등하는 베이비붐 현상은 이번엔 그 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굳어진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운데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젊은층이 출산보다는 생존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0.98명)에 접어든 뒤 올해 3분기에는 0.84명으로 하락했다. 향후 합계출산율이 ‘2022년 0.72명까지 하락한 뒤 회복해 2041년부터 1.10명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비관’ 시나리오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올해 15.7%로 오이시디 평균(17.9%)보다는 낮지만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이 세계 1위인 일본을 앞지르는 시점은 당초 2045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우리나라 출산율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다 청년층 인구 비중도 일본보다 더 높아 코로나19의 혼인·출산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시차를 두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젊은층을 위한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