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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허시먼의 터널’과 소득·고용 불평등

등록 2021-01-14 08:59수정 2021-01-14 09:07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2020년 7월14일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 준법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평생 일해도 최저임금, 제대로 받아보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7월14일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 준법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평생 일해도 최저임금, 제대로 받아보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년간 지구 행성을 휩쓸며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지구적으로 일국 내부의 소득·고용 불평등 현상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공식·비공식 자영업 등 경제부문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규모별로, 정규직과 불안정 비정규직 등 종사상 지위별로 사회경제적 집단과 계층에 따라 코로나19가 소득과 고용에 미치는 충격은 뚜렷이 다르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나 ‘코끼리 곡선’으로 유명한 블랑코 밀라노비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부류의 정교한 학술 분석을 넘어, 우리 주변 현장에서 목도하는 현상이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이 1970년대에 제시한 ‘터널효과’는 경제성장과 분배 불평등 사이의 문제를 2차선 일방통행 터널에 비유한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터널 속 두 차선 중 한쪽 차선이 움직이면 다른 차선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자기 차선이 곧 움직일 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즉, 당장은 경제성장 혜택을 남들만 얻더라도 그 혜택이 나중에 자신에게도 돌아올 거라는 생각에 소득 불균형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옆 차선만 움직이고 자기 차선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이내 좌절감으로 불만이 쌓이고 터널 안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질서유지 요원을 불신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터널 안에서 규칙에 대한 무시가 판치고 불안이 들끓고 혼잡과 정체는 더욱 심해진다.

이 우화는 경제학자들이 <국부론>(애덤 스미스)에서 이끌어낸 뒤 시장경제 작동의 보편 원리로 삼아온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보여준다. 더 이목을 끄는 대목은 터널 안에서 사회적 소요와 불안이 점차 팽배해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어쨌든 견디고 이겨낼 것이지만, 불평등 심화를 과연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까. 지금 세상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어떤 임계치(혹은 특이점)를 향한 경향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는 슈퍼 인공지능(AI) 발달이 가져올,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전환될 특이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폭발을 내재한 불평등 임계치로, 코로나가 그 방아쇠 구실을 하고 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댐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특정 지역 선거구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일자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다 떠오른다”고 반박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시장 참여자 모두 그 혜택을 고루 나누게 된다는 비유다. 하지만 21세기 사회경제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마태복음)는 이른바 ‘마태효과’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과학기술·지식·정보·디지털부문의 ‘혁신과 충격’이 격동하는 시장경쟁에서 해안의 작은 배들은 이런 밀물에 좌초해 부서지고 있다. ‘코로나 그 이후’에 그 흔적은 더 깊고 넓게 드러날 것이다.

소득·고용 불평등 해결에는 정치적 방식(조세재정을 통한 소득 재분배)과 시장을 통한 방식(임금 배분 몫 향상)이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주로 시장을 통해 분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분배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법정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노동시장 1차 분배와 복지 재정지출을 통한 정치적 해결, 이 두 가지를 ‘동시 추구’해왔다.

맹렬한 코로나 진군에 숨죽여온 인류가 이제 백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발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한 또 다른 싸움은 매우 힘겹게 또 오래 진행될 공산이 크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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