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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러 심장부 녹여라” 고급 소비문화 이끈다

등록 2006-01-25 19:13수정 2006-01-26 11:01

모스크바의 심장부인 크렘린에서 1.5㎞ 떨어진 뉴 아르바뜨 거리 교차로의 ‘롯데센터’ 건설 현장. 롯데센터는 백화점 ‘롯데플라자’, 오피스용 복합 건물, 호텔 건물로 구성되며, 롯데플라자 21층 건물의 골조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뉴 아르바뜨 거리는 서울의 대학로처럼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롯데쇼핑 러시아 제공
모스크바의 심장부인 크렘린에서 1.5㎞ 떨어진 뉴 아르바뜨 거리 교차로의 ‘롯데센터’ 건설 현장. 롯데센터는 백화점 ‘롯데플라자’, 오피스용 복합 건물, 호텔 건물로 구성되며, 롯데플라자 21층 건물의 골조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뉴 아르바뜨 거리는 서울의 대학로처럼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롯데쇼핑 러시아 제공
‘브릭스시장의 블루오션’ 한파에도 성장 열기 넘쳐 12월 개점 준비 뜀박질
월소득 2천달러 이상 겨냥 채용·입점업체 상담 숨가빠 제조업체 동반진출 기대

모스크바 ‘롯데플라자’ 건설현장을 가다

1월의 모스크바는 영하 30도로 얼어붙는다. 1월은 또 겨울 휴가철이라 모스크바는 개점 휴업이지만, 롯데 모스크바 건설 현장은 개점 채비로 숨가쁘다.

롯데그룹이 투자한 러시아 현지법인 엘앤엘(L&L)의 이세훈 부사장이 18일 안내한 모스크바 사무실은 시베리아 칼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북적댔다. 엘앤엘은 백화점 ‘롯데플라자’를 비롯해 호텔·오피스가 복합된 ‘롯데센터’를 건설하는 현지 법인이다.

엘앤엘 직원들은 강추위에 얼어붙은 엘리베이터 대신 외부 계단으로 9층 사무실을 오르내렸고, 지난 연말에 출범한 롯데쇼핑 러시아법인 직원들도 현지인 채용 작업에 빠듯한 하루를 보냈다. 쇼핑 쪽의 나상규 과장은 “내부 인테리어 설계 진행과 함께 입점업체 상담이 시작됐다”면서 “올 12월 개점까지 바쁘게 뛰어야 한다”고 전했다. 롯데플라자가 모스크바의 심장부에 문을 여는 ‘한국 백화점의 글로벌화’가 눈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롯데그룹이 러시아 사업의 첫발을 내딛은 것은 15년여 전. 90년대초 러시아내 식품공장 설립을 검토하다가 90년대 중후반 쇼핑·호텔 사업 쪽으로 돌아섰다. 고비는 끊임없이 찾아왔고 사업진척은 쉽지 않았다. 98년엔 러시아 모라토리엄이 엄습했고, 2001년엔 인근 카지노를 경영하던 마피아 세력과 충돌도 겪었다. 공사 초기 카지노 쪽 벽을 건드렸다가 총 든 마피아들이 공사현장 인부들을 몰아낸 사건은 모스크바 주재원 사회에서도 유명한 일화다.

20세기초 탄생한 명품 중심의 쇼핑가 ‘쭘’의 외부 전경. 3600여평 5층 규모이나 현재 확장공사를 진행중이다. 롯데쇼핑 러시아 제공
20세기초 탄생한 명품 중심의 쇼핑가 ‘쭘’의 외부 전경. 3600여평 5층 규모이나 현재 확장공사를 진행중이다. 롯데쇼핑 러시아 제공
하지만 브릭스 시장의 성장 기대감은 이들의 신발끈을 더 바짝 조이게 하고 있다. ‘브릭스 열기’는 모스크바 전역에 가득하다. 외국 기업들의 진출 홍수로 현지 전문인력들의 임금은 자고나면 껑충 뛰는 추세다. 러시아의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은 4천달러(모스크바 8천~9천달러) 수준이지만 외국계 회사들이 주는 관리직 임금은 월 1천달러가 우습다. 우수 영업인력은 월 5천달러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롯데플라자는 모스크비치들의 프리미엄급 소비를 겨냥하고 있다. 2004년 모스크바의 소매시장은 56조원, 명품시장이 2.5~3조원대로, 성장률도 각각 12%, 30%로 높다. 롯데플라자는 1천만 모스크바 시민들 가운데 월 소득 2천 달러를 넘나드는 20%의 중상 계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물론 경쟁상대도 만만치 않다. 유럽 상류층의 유행과 소비를 동경한 러시아인들은 한 세기 전부터 고급 쇼핑가를 발전시켰다. 크렘린과 붉은 광장 주변에는 1886년과 1906년에 각각 문을 연 고풍스런 쇼핑가 ‘굼’과 ‘쭘’이 자리잡았다. 이들은 층별로 쇼핑 카테고리를 나누지 않는 등 한국식 백화점과는 다르다. 또 ‘손님이 왕’인 한국식 고객 응대 문화도 아직 낯설다.

97년 설립된 ‘롯데센터’의 사업자 법인 엘앤엘의 이세훈 부사장(사진 왼쪽)과 롯데센터 내 백화점인 ‘롯데플라자’를 운영할 롯데쇼핑 러시아의 나상규 과장이 건설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정세라 기자
97년 설립된 ‘롯데센터’의 사업자 법인 엘앤엘의 이세훈 부사장(사진 왼쪽)과 롯데센터 내 백화점인 ‘롯데플라자’를 운영할 롯데쇼핑 러시아의 나상규 과장이 건설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정세라 기자
강동남 롯데쇼핑 러시아 법인장은 “새로운 백화점 문화를 들여가는 게 롯데 전략의 핵심”이라며 “한국식 서비스 정신을 현지 직원들에게 철저히 교육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불편을 겪어도 사과를 듣기 어렵고, 환불 하나를 하려해도 한국 고객으로선 참을 수 없는 과정을 요구하는 현지 쇼핑 문화에 서비스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백화점 진출이 성공할 경우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엔 또다른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한국계 백화점 입점을 발판으로 러시아 시장에 좀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진도모피, 엘지생활건강·태평양·페이스샵, 루이까또즈 등 40여개 브랜드가 러시아 시장 조사를 다녀왔다. 이 행사를 주관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씨아이에스 본부의 이금하 차장은 “롯데의 백화점 사업은 현지에서도 낯선 형태인 만큼 성공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러시아 시장은 중국·인도보다 첫 진입이 어려울 뿐 경쟁자는 적어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러시아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은 가슴에 새겨둬야 한다. 예컨대 러시아는 지난해말 공항 출입국신고서의 영어서식을 갑작스레 없앴다. 입출국 외국인들은 알파벳조차 낯선 러시아어 서식을 눈치껏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계 기관과 기업인들의 항의가 잇따랐지만 러시아 당국은 꿈쩍도 않고 있다. 투자나 기업활동이 녹록치 않은 나라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화다. 러시아 붉은 곰의 ‘개방’ 득실 계산은 아직 진행형인 셈이다.

모스크바/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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