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활발한 기술혁신에도 생산성 증가세는 둔화하는 ‘생산성 역설’에 빠져있어, 신기술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시장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석병훈 이화여대 부교수와 이남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1일 ‘한국경제의 추세 성장률 하락과 원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1인당 실질 성장률(추세 성장률)이 1980년대 7.5%, 1990년대 5.5%, 2000년대 3.7%, 2010년대 2.3%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이같은 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은 급격한 구조변화보다는 부정적 충격이 지속적으로 누적돼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석대상으로 생산가능인구 1인당 지디피를 고려한 이유는 노동시장을 감안한 경제적 생활수준을 측정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세 성장률은 1980년대 후반(7.7%)~1998년(4.0%)에 1차로 하락했다. 즉 외환위기 이전부터 성장률이 하락한 것이다. 보고서는 1989년 3저호황 종료로 총요소생산성이 둔화한데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평균노동시간이 감소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세 성장률의 2차 하락기는 2001년(4.4%)~2010년대 초반(2.0%)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꺼지면서 설비투자가 둔화하고 총요소생산성도 부진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이후 연평균 추세 성장률은 2000년대(3.6%)보다 1.6%포인트 하락한 2.0% 수준이다. 총요소생산성 둔화(-1.2%포인트)에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의 투자활동 부진으로 자본축적이 둔화한 영향(-0.4%포인트)을 받았다. 평균노동시간은 감소했지만 여성의 고용률 증가로 총노동시간이 추세 성장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활발한 기술혁신에도 생산성 증가세가 감소하는 ‘생산성 역설’에 대해 이남강 연구위원은 “정보기술 산업이 한계에 도달해 추가적인 성장을 이끌기 어렵고, 신기술 실행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추세 성장률 제고를 위해 “심화학습(딥러닝) 등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로 주목받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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