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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방역·경제·민생 ‘세 마리 토끼’ 잡는 방역 모델 세워야

등록 2021-02-01 10:37수정 2022-02-10 18:40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유연 안정형 K-삼각형 방역 모델 필요
방역 거버넌스 재구성 등 다섯 가지 핵심포인트 제시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2020년 1월 20일)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세 차례 대유행을 겪었다. 대구 신천지 파고, 2020년 여름 유행에 이어 한때 확진자 수가 1240명으로 치솟아 병상부족 사태를 불러온 지난 연말이 그것이다.

정부는 그때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란 무기를 휘둘렀다. 선제적 검사와 빠른 추적 등이 함께 작동하면서 이름하여 케이(K) 방역이란 호평을 얻기도 했다. 거시경제지표 또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좋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K-방역 성취란 양지의 이면에는 점점 짙어온 음지가 있었다. 만남이 끊기면서 삶의 많은 영역이 단절되고 고립됐다. 특히 영업 손실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영세자영업자들은 이 어두운 음지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이들이다. 음지는 특히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대유행의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더 짙어지고, 더 넓어졌다.

자료: 보건복지부 제공
자료: 보건복지부 제공

흔들리는 K-방역모델과 사회적 거리두기

이런 방역과 민생, 경제 사이의 트릴레마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게 하면 확진자 수는 어느 정도 줄지만, 혹독한 사회적 비용 또한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비롯한다. 더더구나 그나마 최후의 보루 구실을 하던 각종 사회안전망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들 취약계층이 겪는 민생의 고통은 임계점에 이르고 있고, 학력 격차 등 후세대가 치러야할 여러 사회적 비용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확진자 수를 낮추고 거시경제지표를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 지금의 K-모델의 ’“방역 우선” 정책 방향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높아졌다. 정부가 1월 31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5 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방역 조처를 설 연휴까지 연장하기로 하자 2주간 더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더 거세진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당구장협회와 전국 PC 카페대책연합회 등은 각각 의견문을 내어 각각 “분야별 위험도를 재평가해 각 상황에 맞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해 달라”거나, 혹은 “방역지침을 따랐지만, 손실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의 영업규제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은 그들의 처지에선 생존의 몸부림이며 필연적 아우성이다.

따라서 정부는 거리두기 장기화로 생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며, 향후 1주일간 환자 발생 추이, 감염양상 등을 지켜보면서 거리두기 단계, 집합금지 및 운영제한에 대한 조정을 1주후 재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방역과 민생 사이에서 결정의 어려움을 겪는 정부의 ’고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가 31일 “그간 거리두기 단계를 수차례 조정하여 시행해왔지만, 이번만큼 많은 의견수렴을 거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결정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참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재검토를 넘어, 방역과 경제 그리고 민생의 조화로운 균형은 물론 학력 격차 등 후세대가 치러야 할 제반 사회적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살피는 새로운 K-방역모델에 대한 더 깊고 더 많은 고민에 따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그것은 방역-경제-민생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이름하여 유연하고 섬세한 ‘유연 안전형 K-삼각형’(Triangle)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 코로나 대응 전략: K-삼각형(Triangle) 모델 절실

2021년 1월 31일 현재 지난해 말 3차 대유행 때 한때 1천명을 넘은 확진자 수가 다행히 300명대로 낮아졌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 정은경 청장)는 1월 3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325명, 해외유입 사례는 30명이 확인되어 총 누적 확진자 수는 7만8205명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조금 완화됐지만, 이동이 많은 설 연휴가 다가오고,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은 계획대로 이뤄져도 올해 말쯤에야 이뤄질 수 있기에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니 방역 당국의 고민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행이 재개될 때마다 방역의 기준선(base line)도 높아져 왔다.

2020년 2월 중순 1차 유행은 한 달, 8월 중순의 2차 유행은 두 달 가까이 지속했다. 지난 11월 중순의 3차 유행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확진자 규모도 덩달아 늘어 1월 중순에는 500명대 안팎이 일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는 2월 이후에도 앞으로 한두 차례 이상의 대유행이 예상되며,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데는 최소 4~5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 19와의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길고 긴 장기전이라는 점도 새 방역모델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코로나 상황이 1년여가 지날 만큼 길게 이어져 왔고, 백신이 개발됐다고는 하나 변종이 나타나고 접종 자체도 예상치 못하는 변수가 많아, 그 완전한 종식이 아직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방역 우선의 K-방역모델로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최근 전문가들의 잇따른 지적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싸우는 업그레이드된 K-방역 모델과 장기전 전략의 요체는 무엇일까?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나? K방역을 넘어 방역과 경제와 민생의 충격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이른바 웰페어노믹스 관점의 새로운 차원의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다섯가지 논점을 제시한다.

① K-삼각형 모델의 새로운 정립 필요

첫 번째는 K-방역을 넘어 ‘K-방역 경제사회 모델’의 정립이 절실하다. 정부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방역과 경제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나름 분투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K 방역이란 평가를 받았고, 경제성장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 시기에는 방역이 곧 경제였고 민생이었다.

하지만 2∙3차 유행이 반복되고,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검사와 추적 중심의 K 방역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병상 부족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 치료받지 못해 숨진 사망자가 나타났고,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고 강도가 높아지면서 영업 제한에 따른 중·소상공인들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고용도 급감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렸다. 방역과 경제, 민생이 모두 흔들리는 모양새며, 자칫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다. 안이하거나 무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었다.

늘 그랬듯이 방역과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권고는 대체로 엇갈려왔다. 감염학자를 비롯한 의료계는 대체로 더 강력하고 더 빠른 사회적 거리 두기 중심의 방역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경제학이나 복지와 노동 등 사회과학자들은 “방역만능주의적 대응을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로 다른 계통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면서, 제각기 불만이고, 그럴수록 방역 당국은 깊은 고심 속에 때로는 ‘결정장애’의 늪에 빠지고는 했다.

자료: 2021년 1월 31일 발표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내용(보건복지부 제공)
자료: 2021년 1월 31일 발표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내용(보건복지부 제공)

올들어 전개된 몇가지 방역 대책에 단서가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낮추지 않았지만, 획일적 적용을 조금씩 완화하거나 미세조정을 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수도권 지역에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수도권 이외 지역은 2단계)를 유지하면서도 올해 1월18일 이후 일정 요건을 부여하며 카페와 헬스장 등 자영업의 재개를 허용했다. 1월 31일 방역 대책에서도 일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을 조정했다. 예컨대, 수도권 실내체육시설의 겅우 샤워실 이용이 금지되었으나, 한 칸 띄워서 이용을 허용하는 등 일부 조처를 완화했다.

이처럼 방역과 경제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찾고 방역 대응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세조정만으로는 균형의 길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좀 더 큰 틀의 변화와 재정립이 필요하다. 방역만능주의를 경계하되, 방역과 경제, 민생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유연하고 안정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기준은 아마도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먼저”라는 철학이 아닐까.

② 과학적 증거에 따른 결정과 데이터 관리

유연한 것은 오락가락한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방역 역량 재점검과 성찰과 함께 무엇보다 방역 관련 각종 데이터의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 핵심 논점이다. 이렇듯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지침은 되도록 객관적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 증거 기반 위에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어떤 시설과 집단이 가장 효과적인지, 피해는 어떤 계층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교육 격차 등 장래의 사회적 비용과 편익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런 과학적 근거로 결정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정부의 데이터 관리에 의구심을 던진다.

1월 30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더 연장되면서 생계에 타격이 큰 자영업자 등의 반발이 더 거세지고, 손실보상의 목소리도 더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1월 30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더 연장되면서 생계에 타격이 큰 자영업자 등의 반발이 더 거세지고, 손실보상의 목소리도 더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③ 사회적 보상 등 사회정책적 대응 높여야

세 번째는 사회적 보상 등 사회·정책적 대응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세 차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실행은 막대한 경제·사회적 손실과 피해를 불러왔다. 직격탄을 맞고 큰 고통에 놓인 이들은 대체로 사회 취약계층이나 영세 중∙소상공인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매출 규모가 크다고 해서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폐업하고 싶어도 권리금과 원상복구 비용에 갚아야 할 빚까지 있어 폐업할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애태우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직장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체는 “대한민국 일터 비정규직 행방불명 사태”라고 규정했다.

이들의 피해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런 만큼, 이로 인한 피해는 정부가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 시혜적 지원이 아닌 응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상 방침을 세우고,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법제화 자체보다도 구체적인 시행기준에 따라 그 실질적 의미와 효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④ 독일의 손실보상 교훈…전향적 재정정책이 긴요

독일의 경우는 여러모로 참고할만하다. 사실 코로나19는 어느 국가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아직 법으로 규정된 나라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황이 법제화를 하지 못할 근거는 아니다. 독일은 현재 감염보호법 제56조에 현금보상 규정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 특정 법령에 근거한 행정조처의 경우로 이번 코로나 상황에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2022년도로 예정된 사회법전 제14권에 감염보호, 범죄 피해자 보호 등을 포괄하는 규정인 이른바 ’사회적 보상’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독일 <사회법>이란 책을 번역해 내놓은 이호근 전북대 교수는 “그때그때 일회적이고 우연적인 정책 지원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법적 안정성 있는 체제로 도입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화 움직임과 별도로 독일은 그동안 세 차례의 긴급재난지원금(emergency aid)으로 손실보상을 실현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차(2020년 3월~5월)로 500억 유로의 연계지원금(Bridge Aid Ⅰ)을 5인 미만 사업장에 3개월 동안 1회 9000유로, 10인 미만 사업장에 1만 5천 유로를 지원했다. 2차(2020년 7월)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코로나 극복지원(Bridge Aid Ⅱ)으로 총 240억 유로를 자영업자 개인과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임대료 등 손실보상 명목으로 3개월 동안 1만5천 유로를 지원했다. 수급요건은 2020년 6~8월 3개월간 최소 60%의 매출 손실을 본 경우다. 3차(220년 11월부터)는 100억 유로 규모의 연장(Bridge Aid Ⅲ) 이뤄졌다. 여기에 지금 새로운 ‘예외적이고 경제적인 지원(Extraordinary economic Aid)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수급 기간은 선별적이나 수급요건은 보편적이란 특징을 보인다. 정확한 산정 방식을 놓고 정부와 이해관계자 사이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살펴볼 일이다.

독일의 경우는 우리의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에 큰 시사점을 준다. 어느 때보다 재정 당국의 적극적이고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

⑤ 방역 거버넌스 재구성

마지막으로 방역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거버넌스)의 재구성과 공공병상 확충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정부의 방역 전략은 이제 방역, 경제, 민생 등 삼박자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수렴 및 유통되고 반영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생활방역위원회나 정세균 총리의 사회적 대화형 ‘목요 대화’가 한 몫하고 있으나, 단순 자문을 넘어 좀 더 의사결정 시스템에 다양한 목소리가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의 의사결정 체계를 되짚어 보는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거버넌스 재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2∙3차 유행에서 겪은 병상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전담 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 확충에도 대폭 힘써야 한다. 지난 병상 부족 사태를 보면, 너무나도 중요한 대목이어서 더는 미룰 수 없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9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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