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폐 중 5만원의 유통수명이 14년 6개월로 가장 길지만, 주요국의 최고액면권에 견주면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7일 한국은행이 지난해 은행권을 권종별로 표본조사해 유통수명을 추정한 결과, 5만원권이 14년 6개월(174개월), 만원권이 10년 1개월(130개월), 5천원권과 천원권은 5년(60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천원 등 저액권은 물품·서비스 구입과 거스름돈 용도로 자주 사용돼 상대적으로 유통수명이 짧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유통수명이란 한은 창구에서 신권이 발행된 뒤 시중에서 유통되다 더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물리적 강도 등 지폐의 내구성, 국민들의 화폐사용습관, 지급결제 사용빈도 등에 의해 수명이 좌우된다.
주요 7개국의 최고액면권 유통수명을 보면 영국 41년, 오스트레일리아 27년 6개월, 미국 23년 11개월, 스위스 20년으로 우리나라(5만원권)보다 훨씬 오래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가치저장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는 주요국의 최고액면권과 달리 우리 5만원권은 상거래와 경조금, 용돈 등 개인간 거래에서 널리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100달러), 영국(50파운드), 스위스(1000프랑)의 최고액면권 구매력이 우리보다 크게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간액면(만원권)의 유통수명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다음으로, 최저액면(천원권) 수명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다음으로 길었다.
1년 전과 비교해 권종별 유통수명은 최소 석달(만원권)에서 1년(5만원권)까지 늘어났다. 이는 비현금 지급수단의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금을 모아두려는 수요가 커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